한·미 양국이 자동차 관세 확정을 포함한 통상 조정과 조선·방산 분야의 산업 협력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및 부품업계는 고율 관세의 부담이 낮아지면서 안도했으며, 조선업계는 미국 상선·군함을 한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한·미 양국은 지난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된 관세·안보 협상의 세부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를 확정 발표했다.
우선 자동차 및 부품산업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원목·제재목과 목재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명시됐다.
관세 적용 시점도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왔다. 양국은 '한국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달의 1일부터 15% 관세를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팩트시트 확정으로 정부·여당의 법안 초안 제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법안은 이미 마련돼 있고 양측 보완을 거치면 제출이 가능하다"며 "국회 일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1월 제출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법안 발의 등 후속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돼 이달 중 관세 인하 효과가 현실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대부분의 세부 절차가 마련된 만큼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본다"며 "남은 절차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車업계, 일본과 "동등한 경쟁 조건" 안도업계는 이번 팩트시트 확정으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일본 업체와 보다 동등한 경쟁 여건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15% 관세가 적용되면 일본 브랜드와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담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올해 4월 이전까지는 한국산 차량의 대미 관세가 아예 없었던 반면, 일본산 차량은 2.5%였다. 관세 부과로 한국이 누리던 '2.5%포인트 관세 우위'가 사라졌다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로 꼽힌다.
현대차는 이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에서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 판매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을 현재 40%에서 2030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추가 투자를 공식화했다. 특히 이달부터 도요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터리 제조시설에서 첫 자동차용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전기차(EV)뿐 아니라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용 배터리까지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해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급성장으로 미국 시장에서 한일 경쟁 구도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2025년 1~9월 누적 기준 미국 하이브리드 시장은 전년 동월 대비 33% 성장하며 모든 파워트레인 중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점유율은 도요타 55%, 혼다 29%, 현대차·기아 19%로 집계됐다. 업계는 이 시장에서 도요타와 혼다, 현대차·기아의 본격적인 3파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방산 업계 "신시장 열렸다" 환영
조선 분야에서는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이번 합의가 사실상 '새로운 시장 개방'에 가깝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술력 부족과 생산능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조선업의 한계를 우리 조선소가 보완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양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소 현대화와 유지보수(MRO)·정비, 인력 개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조선소 실무그룹'을 꾸려 조선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공격잠수함(SSN) 건조가 미국 승인 아래 가능해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은 연료 조달 방식 등 SSN 사업의 구체적 요건을 한국과 함께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이번 합의를 "양국 조선 협력의 실질적 확장 계기"로 평가하며 즉각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화그룹은 "거제조선소 투자와 확장을 통해 양국 협력에 기여하겠다"며 "거제조선소의 기술을 미국 필리조선소 등 현지 조선소에도 접목하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는 그동안 국내에서 핵추진잠수함(SSN) 건조를 허용해 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미국 측 승인 여부를 주시해왔다. 이번 합의로 제도적 가능성이 열린 만큼 관련 협력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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