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펀드 조성 전에 이미 출자금이 SM엔터 주식 매입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정황이 충분히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5일 영풍은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이 하바나1호 펀드 출자 자금이 SM엔터 주식 매입에 사용될 것임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나왔다"며 "이는 펀드에 투자한 출자자일 뿐, 펀드의 투자내용에 대해서 관여한 바가 없다는 고려아연의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SM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법원에서 공개된 고려아연 내부 이메일 내용에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시세를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자금 흐름을 인지하고도 출자 및 승인했다면 이는 '공모' 혹은 '방조'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영풍은 "최윤범 회장 측이 SM 엔터 시세조종 관련, 적법한 펀드 투자이며, 법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고 변명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고려아연의 출자는 시세조종에 대한 사전 인지 하에 이뤄졌다고 봐야 하며, 출자금이 실질적으로 시세조종 행위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위 자본시장법 두 조항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 동창 펀드에 1000억 출자…1년 만에 해산
앞서 고려아연은 2023년 2월 SM엔터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하바나 제1호 사모펀드에 단독으로 1000억원가량을 출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특별한 투자 성과 이력이 없는 사모펀드 운용사였고, 지창배 대표는 최윤범 회장과 중학교 동창이었다.
2023년 2월15일부터 출자된 고려아연 자금은 곧바로 같은 달 16~17일 SM엔터 주식 대량 매집에 활용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원의 증언에 따르면 카카오가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저지한 직후인 2023년 3월 최윤범 회장과 김범수 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최 회장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이번에 아주 훌륭한 일을 해 좋은 성과가 있어서 축하드린다"며 "저희하고도 이렇게 간접적으로 앞으로도 서로 협력을 잘해보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달 4월 고려아연은 하바나 1호펀드로부터 520억원을 현금 분배 받았다. 그해 12월에는 SM엔터 주식 44만여주(약 400억원 상당)를 현물 배당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는 2024년 1월 해산 결의 후 3월 청산됐다. 영풍 측은 "하바나1호 펀드에 투입한 자금을 불과 2달 만에 절반 환급받고 1년 반 만에 펀드를 조기 청산하며 SM엔터 주식을 직접 현물 분배받았다"며 "고려아연이 SM엔터 주가조작에 활용된 핵심 자금의 출처라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