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아파트 단지 안 주차장에서는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면허취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A씨가 경기북부경찰청장을 상대로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최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이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본격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앞서 A씨는 지난 2023년 6월 술에 취해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지상주차장까지 약 150m 가량을 운전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인 0.12%였으며, 경찰은 음주운전을 이유로 A씨의 1종 보통 운전면허를 취소했다.
이에 A씨는 소송으로 맞섰다. 그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과 길을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볼 수 없어 운전행위 역시 면허취소 사유인 음주운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도로교통법 제2조에는 도로를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단지 내부는 외부 도로와 경계 부분이 옹벽으로 둘러싸여 구분됐고, 관리사무소 직원이 외부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도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와 관련해 1심은 A씨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2심에선 "음주운전은 소정의 '도로'에서 운전한 경우로 한정되고, 도로 이외의 곳에서 운전한 경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내 주차장의 경우 규모와 형태, 차단시설 설치 여부, 경비원 등에 의한 출입 통제 여부 등을 고려해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다른 판결을 내놨다.
법원은 A씨가 음주운전한 장소가 외부 도로로부터 차단됐고, 단지 내 길에 주차구획선이 그어진 점 등을 근거로 삼아, '자동차 주차를 위한 통로'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한 경비원이 수시점검을 통해 외부인 차량 출입을 통제하는 점 등을 고려해 A씨가 운전한 장소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