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中 견제役’ 강화… 첨단전투 ‘다영역부대’ 뜨나 [한반도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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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中 견제役’ 강화… 첨단전투 ‘다영역부대’ 뜨나 [한반도 인사이트]
美, 한반도 배치 카드 만지작 SCM성명서 ‘현 전력 유지’ 빠져 대신 ‘모든 역내 위협 억제 향상’ 北과 함께 中 겨냥한 문구 해석 다영역작전부대 창설 초미 관심 장거리 미사일·첨단무기가 핵심 육해공·사이버·전자전 역량 갖춰 하와이·獨 등 배치… 日도 곧 창설 일각선 ‘한·미 연합 부대’ 관측도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 한·미 국방부가 매년 개최하는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늘 포함됐던 문구다. 하지만 14일 발표된 제57차 SCM 공동성명엔 ‘북한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해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향상할 것’이란 문구가 대신 포함됐다. 태평양에서 군사 행동 수위를 계속 높이며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강화, 미국 해양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북한 도발 억제를 맡았던 주한미군은 동맹 체제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모습을 갖출 전망이다. 주한미군은 중국과 가장 인접한 미군 부대다. 중국과의 대결에 신경을 쓰는 미국으로선 주한미군의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 육군이 중국과의 대결에 대비해 추진하는 신개념 전투방식인 다영역작전(MDO) 관련 전략과 첨단 무기가 주한미군에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국 ‘방패’ 뚫을 美 ‘비장의 카드’

다영역작전은 미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고자 중국이 고안한 A2/AD 전략을 뚫고자 등장한 미 육군의 핵심 개념이다. 지상, 해상, 공중, 사이버, 우주, 전자기 등의 영역을 통합 활용해 중국의 A2/AD를 돌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고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한다. 지상에서 적 함정을 공격할 수 있고, 전자전을 벌여 적군의 항공전력을 마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실행하는 조직이 다영역 작전부대(MDTF)다. 300∼500명 규모에 불과하지만 전문 기술인력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어 전투능력은 일반 부대보다 훨씬 높다. 우주·전자·사이버전 작전은 물론 장거리 타격력까지 갖추고 있다.

다영역 작전부대는 크게 4개 대대로 구성된다. 다영역 효과대대(MDEB)는 우주, 정보통신, 전자전, 사이버 등을 통해 적 동향을 탐지하고 전파 방해를 실시하며 사이버 공격을 맡는다. 전략화력대대(SFB)는 최대 수천㎞ 떨어진 곳까지 타격하는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을 갖고 있다. 전투기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방공대대(ADB), 병참지원을 담당하는 지속지원대대(BSB)도 있다.
유사시 다영역 효과대대 예하 중대들이 전선에 소규모로 신속히 분산·전진 배치되어 정보수집·사이버·전자전으로 적군을 마비시킨다. 수백∼수천㎞ 떨어진 후방에 전개한 미사일들은 다영역 효과대대로부터 고성능 네트워크로 전달받은 정보를 토대로 정밀타격을 한다.

다영역 작전부대의 화력은 타이폰을 비롯한 정밀유도무기가 담당한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SM·6 미사일(최대 사거리 460㎞)을 사용해 중거리 타격이 가능하다. 장거리 극초음속 무장은 사거리 2800㎞, 최대 속도는 마하 17로 변칙 비행이 가능한 다크 이글이 있다. 사거리 500㎞ 미만으로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 포병 로켓 시스템)에서 쏘는 프리즘 미사일도 주요 무기다.

현재 제1 다영역 작전부대가 미국 워싱턴주에 배치되어 있다. 두 번째 부대는 독일, 세 번째 부대는 하와이·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자리 잡았다. 2027년에 네 번째 부대가 일본에서 창설될 예정이다. 미 육군은 고출력 전자전 및 인공지능(AI) 기반 정보분석 시스템 확보, 전문인력 확충, 지휘체계 개편 등을 병행하면서 총 5개 다영역 임무부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주한미군, ‘이중 억제’로 바뀌나

지난달 미 상원 본회의를 통과한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주한미군 규모 유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대결 구도가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주한미군의 현상 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미국은 한반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의 규모·성격 등이 향후에 바뀔 가능성까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8월 “한반도의 변화하는 위협 대응에 필요한 임무를 수행할 새로운 능력을 고민한다”며 “다영역 작전부대나 그 예하의 다영역 효과대대, 5세대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미 장병들이 도하훈련 도중 부교를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와 관련해 주목받는 개념이 ‘이중 억제’다. 주한미군이 북한과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함께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니얼 드리스콜 미 육군장관은 지난달 2일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주한미군의 주 임무가 중국에 대한 것인가, 혹은 북한에 대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둘 모두 기본적 위협”이라고 답했다.

이중 억제를 위해선 지상 기반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과 정찰 및 방어능력이 필요하다. 현재 주한미군엔 ‘하늘의 암살자’라 불리는 MQ-9 리퍼 무인공격기와 더불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로켓을 요격하는 간접화력방어능력(IFPC)이 새롭게 배치되어 있다. 미 육군의 최신 정찰기인 아테나-R도 한국에 배치됐다. 주한미군의 능력이 계속 향상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에 다영역작전 개념과 관련 기능이 배치되는 것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산하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의 마커스 갈로스카스 인도태평양 안보이니셔티브 국장은 최근 주한미군 관련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은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한 다영역 작전부대를 포함하도록 재구성되어야 한다”며 “유사한 역량을 갖춘 한·미 연합 다영역 작전부대를 창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아태전략센터 부소장도 최근 미 군사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에서 한·미 연합 다영역 작전부대 창설에 대해 “북한의 위협,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은 첨단 기술을 갖추고 연합 작전 수행이 가능한 전력을 요구한다”며 “미국이 제1도련선(일본 열도·오키나와·대만·필리핀·보르네오 북부) 뒤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지낸 허태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기존에 없던 전력이 들어오는 것이니 (대북) 억제력에서 유리한 점은 있다”며 “한국에 들어왔다가 필요할 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 앤 아웃’이 지금보다 훨씬 유용하게 적용되도록 전투력 구성도 바뀌어야 하지만, 인프라 구축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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