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두산베어스 제공 “구단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예상대로였다. 유격수 박찬호가 두산 유니폼을 입는다. 두산은 18일 “내야수 박찬호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50억, 연봉 28억, 인센티브 2억원)에 자유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 1호 자유계약(FA)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어린 시절 두산 야구를 보며 꿈을 키웠다”면서 “그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 좋은 계약을 해주신 박정원 두산 구단주께 감사드린다. 내 야구 모토는 ‘허슬’이다. 두산과 잘 어울린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그간 외부FA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내부 육성 및 집토끼 단속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이 역대 4번째다. 2013시즌을 앞두고 홍성흔과 4년 최대 31억원에 계약한 것이 처음이다. 2015년엔 장원준(4년 84억)을, 2023년엔 양의지(4+2년 최대 152억원)를 품었다. 이 가운데 홍성흔과 양의지는 두산 출신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돌아오는 ‘리턴 계약’이었다. 순수 외부 영입은 장원준이 유일했다. 11년 만에 박찬호가, 야수로선 최초로 계보를 이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단, 필요하다 생각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두산은 꽤 오랜 기간 ‘천재 유격수’ 김재호(2024년 은퇴)의 후계자를 찾아 헤맸다. 올해만 하더라도 여러 자원을 테스트했다. 가능성은 보였지만 확실한 주전으로 발돋움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더욱이 박준영의 경우 임의해지 상태다. 허리 등의 부상으로 최소 1년 정도는 쉴 듯하다. 시즌 중반부터 논의를 이어갔다. 박찬호가 1순위라는 데 의견이 좁혀졌다. 일찌감치 영입 후보로 점찍고 준비에 돌입했다.
그만큼 매력적인 카드다. 박찬호는 공·수·주를 고루 갖춘 ‘전문 유격수’다. 통산 1088경기 중 994경기(91.4%)를 유격수로 출장했다. 최근 5시즌 유격수 소화이닝 1위(5481이닝)에 빛난다. 2023~2024년 수비상 유격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센스 있는 주루 플레이 또한 돋보인다. 2년 연속(2023~2024시즌) 3할 타율을 마크했으며, 두 차례(2019·2022시즌) 도루왕에도 올랐다. 통합우승을 일군 지난해엔 생애 첫 골든글러브(유격수)도 품었다.
사진=두산베어스 제공 문제는 단독입찰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원소속팀을 포함한 다수의 구단이 러브콜을 보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액을 올릴 수도 없는 노릇. 진정성을 앞세웠다. 구단이 ‘올인’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시장이 열리자마자(9일 자정) 찾아갔다. ‘V7’이 마킹된 유니폼도 한아름 가져갔다. 박찬호 본인 것부터 부모님, 아내, 자녀까지 알뜰하게 챙겼다. 현실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많이 주고자 했다. 새 터전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계약금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명가재건을 노린다. 두산은 과거 왕조를 구축했던 팀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궜다. 다만, 최근 흐름은 다소 아쉽다. 특히 올해는 3년 만에 9위로 내려앉았다. 같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원형 신임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FA 1호 계약까지 체결했다. 심지어 끝이 아니다. 두산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뜨겁다. 두산이 그리고 있는 밑그림은 어떤 모습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