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왜 박찬호에게 거액 80억원을 안겼나? 3할 타율 리드오프+리그 최고 수준 유격수비, 세대교체의 중심이 되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글자 크기
두산은 왜 박찬호에게 거액 80억원을 안겼나? 3할 타율 리드오프+리그 최고 수준 유격수비, 세대교체의 중심이 되어줄 선수가 필요했다
강백호와 함께 프로야구 2026 자유계약선수(FA) 시장 최대어 ‘빅2’로 꼽혔던 유격수 박찬호(30)가 자신의 재능을 광주에서 서울로 옮긴다. 2025시즌 9위에 그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두산은 내야 수비의 사령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박찬호에게 4년 최대 80억원을 안기며 ‘명가 재건’을 선언했다.

두산은 18일 “박찬호와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50억원·연봉 28억원·인센티브 2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FA 시장이 지난 9일 문을 연 이후 9일 만에 나온 1호 계약이다.
비(非) 두산 출신이 FA로 두산에 입단한 건 2015년 장원준에 이어 2026 FA 박찬호가 역대 두 번째다. 홍성흔이나 양의지는 프로 생활 시작을 두산에서 했다가 다시 불러들인 케이스다. 그만큼 그동안 두산은 내부 팜 시스템을 통한 선수 육성과 내부 FA 잔류에만 주력했지만, 이번 겨울에는 내야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박찬호를 위해 과감하게 지갑을 풀었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두산은 박찬호의 원 소속팀인 KIA, 유격수 보강을 위해 나선 KT와의 경쟁을 뚫고 ‘박찬호 영입전’에서 승리했다.

총액 80억원 중 78억원이 보장금액일 정도로 두산은 박찬호 영입에 공을 들였다. FA 시장 개장 첫 날부터 박찬호를 만나며 적극적으로 계약에 임했고, 박찬호와 부모님, 아내, 아이들에게 줄 유니폼 6벌을 준비해 선물했다. 유니폼의 뒤엔 박찬호의 이름과 V7을 새겨 넣었다.

두산 관계자는 “박찬호는 리그 최고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 내야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자원”이라며 “리드오프로서 기량은 물론 공격적인 주루 능력도 갖춰 팀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건대부중-장충고 등 학창 시절을 서울에서 보냈던 박찬호는 구단을 통해 “어린 시절 두산 베어스 야구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스럽고 벅차다”며 “좋은 계약을 해주신 두산 베어스 박정원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 시절부터 내 야구의 모토는 ‘허슬’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플레이가 두산 베어스의 상징인 '허슬두'와 어울릴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린다”면서 “12년간 응원해주신 KIA 타이거즈, 또 광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50순위로 KIA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9년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도약한 박찬호는 최고 수준의 유격수비에 비해 타격이 다소 아쉬웠던 타자였지만, 2023시즌 첫 3할 타율(0.301)을 기록하며 타격 재능도 만개했다. 2024시즌엔 타율 0.307(515타수 158안타) 5홈런 61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첫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현역 최고의 유격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1군 통산 성적은 1088경기 타율 0.266, 23홈런, 35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60. 올해에도 134경기 타율 0.287, 5홈런, 42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박찬호와 동갑내기지만, 타격 능력에서는 더 떨어지는 심우준이 한화와 4년 최대 50억원의 계약을 맺으면서 올 겨울 FA 자격을 얻는 박찬호의 몸값 폭등이 지난 겨울부터 예상됐다. FA 시장 개장 직후 한때 계약기간 4년 이상에 100억원대의 계약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계약기간을 4년으로 낮추면서 80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박찬호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이 5개 일정도로 일발장타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타격능력은 없지만, 2할 후반~3할대의 타율에 3할5푼 이상의 출루율로 테이블 세터 역할은 너끈히 해줄 수 있는 타자다.
박찬호의 진가는 수비다. 박찬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1114.1이닝을 유격수로 출장하면서 실책도 16개에 그칠만큼 수비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통산 187개의 도루에 성공하는 등 한 시즌에 30개 이상 도루를 해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올 시즌 화두를 ‘내야진 세대교체’로 정한 두산은 안재석, 박준순, 오명진 등 어리고 재능있는 내야수들이 대거 등장해 성장했지만, 이들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유격수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그간 FA 시장에서의 스탠스를 버리고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0일 두산의 12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원형 감독은 내야수비의 중심축이 되어줄 수 있는 유격수 박찬호를 취임 선물로 받은 셈이다.

A등급 박찬호를 영입한 두산은 KIA에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 200%(9억원) 또는 전년도 연봉 300%(13억5000만원)를 내준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