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취소 사건에서 18일 한국 정부가 승소하면서 론스타와 우리나라의 20년 넘게 이어진 악연도 종지부를 찍었다. 22년 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제기된 대주주 적격성 및 매각 가격 관련 의혹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재판으로 이어졌고 이후 론스타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전을 벌여왔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국에 진출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해 되팔며 이익을 거뒀다. 2000년대에는 극동건설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스타타워 등 자금난을 겪는 국내 기업 및 부동산도 사들였다. 론스타가 본격적으로 한국 대중에 알려진 것은 외환은행 인수 때였다.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헐값 매각 논쟁
정부는 부실이 한계에 이른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지만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금융기관 모두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았다. 2003년 론스타가 사실상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밝혔고, 같은 해 10월 약 1조3000억 원을 들여 지분 51%를 확보하며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 대주주 자격 등을 놓고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은행법은 비금융 부문의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이 은행의 주식을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예외 규정인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적용해 2003년 9월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부실 근거는 금감원이 외환은행으로부터 받은 5장의 팩스에 담긴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추정치 6.16%였다. 정상 기준(8%)에 못 미치는 부실 상태라 예외 규정만으로도 인수 승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반면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외환은행의 2003년 말 실제 BIS 비율이 9.32%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헐값 매각이라고 비판했다.
이후 2006년 6월 감사원이 '론스타에 인수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자 검찰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먹튀 논란'과 6조원 규모 ISDS 소송
2006년 1월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3월 국민은행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검찰 수사와 감사원 조사 등이 이어지면서 론스타는 11월 국민은행과의 매각 계약을 파기했다.
이후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376억원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과 대주주 자격 요건 등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승인 절차가 지연됐다. 여기에 미국발 금융위기로 외환은행 가치가 떨어지면서 HSBC도 인수를 포기했다.
론스타는 2012년 2월 보유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콜옵션 행사로 추가 확보한 지분의 매각 차익과 배당금 등까지 합해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매각으로 거둔 이익이 세전 약 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오면서 '먹튀' 논란이 거세졌다.
이 악연은 국제분쟁으로 이어졌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46억7950만달러 규모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금융당국의 매각 승인 지연으로 인해 HSBC에 5조9376억원을 받고 팔아야 할 지분을 결과적으로 3조9157억원에 매각한데다, 국세청의 자의적 과세로 손해를 봤으니 물어내라는 주장이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2억165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론스타는 배상금이 충분하지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신청을 제기했고, 정부도 같은 해 9월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ICSID 취소위원회는 2년 뒤인 전날 한국 정부 승소 판정을 내렸고,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국제소송도 13년 만에 마무리됐다.
론스타 사태가 남긴 것
론스타 사태는 우리 사회에도 큰 교훈을 남겼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또 론스타와 같은 외국계 사모펀드의 무분별한 투기를 막고 국내 토종 자본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2004년 국내 PEF 제도도 도입됐다.
아울러 국제투자 분쟁에 대응하는 체계도 강화됐다. 이번 사건은 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첫 ISDS 사례였다. 법무부는 국제법무국 신설 및 국제투자분쟁과 설치를 통해 대응 능력을 높였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