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토크박스] “등번호 선물 가격은…” 박찬호, ‘새 시작’의 7번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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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토크박스] “등번호 선물 가격은…” 박찬호, ‘새 시작’의 7번 단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프로스포츠에서 등번호는 단순 숫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때가 있다. 선수에게 있어 커리어의 정점은 물론, 자신감을 되찾았던 순간과 팬들과의 추억까지 담긴 ‘기억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올겨울 자유계약(FA)을 통해 프로야구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박찬호에게도 그런 번호가 있다. 바로 ‘1번’이다. 23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팬 행사 ‘곰들의 모임’에 참석한 그는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야구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기가 10년 중 딱 4년인데, 그 4년 모두 1번이랑 함께했다. 그래서 애착이 많이 간다”고 설명했다.

새 둥지에선 다른 번호를 쓰기로 결정했다. 두산 등번호 1번의 주인공은 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이다. 박찬호 못지않게 해당 번호에 대한 애착이 크다. 두 선수는 실제로 대화도 나눴다. 박찬호는 “굳이 무리해서 번호를 달라고 할 수 없겠더라. (박)치국이가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예비 FA 아닌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스포츠월드 김종원 기자
사실 처음엔 번호를 주겠다는 반응이었다. 박찬호는 “(박)치국이가 ‘드려야죠’ 하면서 준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너무 쿨하게 얘기하길래 ‘그럼 형이 선물은 제대로 해줄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당시 박찬호는 통화 끝에 ‘혹시 마음 바뀌면 전화해’라고 덧붙였다는 후문이다. 곧장 재연락이 왔다. “3분도 안 돼서 ‘죄송합니다, 못 바꿀 것 같아요’라고 전화가 오더라”고 운을 뗀 그는 “예상했다. 진짜 바꾼다고 생각했을 때 (애착 많은 번호인 만큼) 아무래도 오만가지 감정이 다 들었을 것이다. 치국이한테 ‘나한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결국 새 등번호는 ‘7번’으로 결정됐다. 투수 이교훈이 흔쾌히 양보하기로 했다. 박찬호는 “(이)교훈이에게서 7번을 받기로 했고, 선물로 명품 가방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대가 원할 시 선물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수도 있을 터. 박찬호는 “우리 교훈이는 그런 아이가 아닐 것”이라는 농담을 꺼내기도 했다. 끝으로 “교훈아, 300만원 초반대로 부탁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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