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노경은이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정확히 4년 전 방출 선수 명단에 올랐다. 이듬해 38세의 나이에 입단 테스트를 통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굴욕이라는 단어는 잊었고, ‘던질 수 있다’는 문장만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된 프로야구 SSG서의 ‘슬기로운 투수생활’은 25억원의 FA 잔류 계약, 2년 연속 홀드왕이자 최고령 홀드 수상자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불펜 왕좌에 오른 베테랑 우완 노경은(SSG)의 스토리다.
노경은은 2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수상했다. 올 시즌 77경기에 등판, 3승6패 35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KBO리그 최초 3년 연속 30홀드 달성이다. 41세8개월13일 나이로 수상하며 역대 최고령 홀드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본인이 세운 기록(40세8개월15일)을 지우고 다시 썼다.
가슴 벅찬 순간일 터. 그럼에도 담담한 목소리로 “선수들 자존감을 올려주시기 위해서 섬세한 그런 모든 면까지 다 알뜰히 챙겨주신 김재섭 SSG 사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이숭용 감독님과 김재현 단장님, 추신수 보좌역님께서 올 한 해 너무 고생하셨고, 경헌호 투수코치님께선 몸 관리를 잘 챙겨주셨다”고 공을 돌렸다.
사진=뉴시스 항상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며 ‘마당쇠’ 역할을 해낸 노경은이다. SSG 유니폼을 입고 뛴 4시즌 동안 평균 82이닝을 마크했을 정도다. 올 시즌 역시 리그 불펜투수 중 전사민(NC·82⅓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80이닝)을 소화했다.
현시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롱런’의 아이콘이다. 다만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한때 은퇴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SSG의 손을 잡고 반등을 일궜다. 최근 4시즌 동안 271경기에 나서 32승21패 110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작성한 것. 팀의 셋업맨 자리를 자연스럽게 꿰찼다. 한국시리즈 우승(2022년), 생애 첫 올스타 선정(2023년) 등 뜻깊은 순간들도 장식하기도 했다.
단 하나도 거저 얻은 것은 없었다. 하루하루 컨디션이 흔들릴 수 있는 나이지만,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그 배경엔 철저한 자기관리와 피나는 훈련이 있었다. 하지만 노경은은 빛나는 시상식 자리에서도 자신의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구단 관계자와 코칭스태프에게 공을 돌렸고, 선후배를 챙겼다.
그는 “동료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시간 날 때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세월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겼다.
베테랑의 품격, 노경은의 시간은 끝이 아니다. 시상식에서 전한 그의 마지막 말, “내년에 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