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곰들은 저마다의 각오를 되새기며 한목소리로 “내년엔!”를 외쳤다
포수 양의지(두산)가 프로야구 새 역사를 썼다. 2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시상식’에 참석, 생애 두 번째 타격왕을 수상했다. 지난 2019년 NC 소속으로 빚어냈던 첫 수위타자(0.354) 이후 6년 만에 되찾은 왕좌다.
이날 시상대에 오른 양의지는 “지난해 잔부상이 많아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다”고 운을 뗀 뒤 강민호(삼성)와 최형우(KIA)의 이름을 꺼냈다. 이어 “든든한 멘토인 형들이 ‘할 수 있다’며 힘을 주셨다. 덕분에 올해 건강하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올 시즌 정규리그 타율 0.337(454타수 153안타)로 타율 순위 최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시즌 막판 폭발적인 집중력을 앞세워 안현민(KT·0.334), 김성윤(삼성·0.331), 빅터 레이예스(롯데·0.326) 등을 차례로 따돌렸다.
후반기 타율만 봐도 뜨거웠던 방망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 시기 4할(0.399)에 가까운 고타율을 마크했을 정도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번 수상을 통해 KBO리그 역대 포수 최초의 2회 수상에 성공했다. 포수 타격왕은 단 두 명만 공유하는, 희소한 기록이기도 하다. 양의지(2019, 2025년)를 제외하면 1984년 이만수(삼성)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베어스 역사에선 전신 OB 시절 단 한 명의 신인왕도 배출하지 못한 가운데 2003년 김동주(0.342), 2008년 김현수(0.357)에 이어 세 번째 타격왕이다.
두산은 올해 정규리그 9위(61승6무77패)에 머물렀다. 절치부심 속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투수 조련사’로 잘 알려진 김원형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고, 자유계약(FA) 시장 최대어 중 한 명인 유격수 박찬호까지 품었다.
주장인 양의지가 앞장서 ‘2026년’을 향한 희망찬 각오를 띄운다. 먼저 “올 시즌 두 감독님과 함께했다. 이승엽 감독님과 조성환 감독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두산 선수들이 내년에 새로운 감독님과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팬들께서 가을야구를 보실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한편 두산 퓨처스팀(2군)에서도 이날 수상자가 참석했다.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홈런상과 타점상을 수상한 좌타 거포 기대주 홍성호가 그 주인공이다. 2년 전엔 3관왕(북부리그 타율·홈런·타점)을 휩쓸기도 했다.
1997년생 ‘미완의 대기’다. 어느덧 프로 데뷔 10년 차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81경기에서 타율 0.278(270타수 75안타) 11홈런 63타점을 작성했다. 1군 무대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눈여겨 볼 건 올 시즌 후반기의 모습이다. 막판 콜업돼 가능성을 봤다. 1군 9경기서 타율 0.346(26타수) 9안타 2홈런 2타점을 때려낸 것. 지난 9월18일 잠실 키움전에선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수놓았다. 곧이어 마주한 손가락 부상 불운에 이탈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선수 본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홍성호는 이날 수상 소감을 통해 “지금까지 상을 퓨처스리그서만 받았었다. 내년엔 1군에서 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