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정기금 증액 움직임…지선 앞두고 선심성 집행 의혹

글자 크기
지자체 재정기금 증액 움직임…지선 앞두고 선심성 집행 의혹
소비쿠폰 부담·재정 안정화 근거 광주 서·북구 사용한도 상향 추진 의회 “사용처 등 타당성 부족” 제동 지자체장 사퇴 전 꽉 채워 집행도
광주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이 필요시 비상금으로 쓸 수 있는 재정안정화기금의 사용 한도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증액을 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4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자치구들은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재정안정화계정(기금)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재정안정화계정은 회계연도 간 수입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세입 감소나 예상치 못한 재정 위기에 대비해 적립된 자금이다. 비상금 성격의 이 기금은 기준 이하일 경우 의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지자체들은 이 기금을 적극 집행하면서 조례로 상한선을 두고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과도한 지출을 막고 있는 추세다.

광주 5개 지자체의 상한선은 서구와 북구는 각각 70%, 남구 90%, 동구와 광산구는 각각 무제한이다. 적립 규모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동구 36억원, 서구 91억원, 남구 32억원, 북구 64억원, 광산구 8억원이다.

일부 지자체가 이 기금의 사용 한도를 늘리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회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 북구는 올 8월 광주 북구 기금관리 및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에 관한 일부개정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해 재정안정화계정 사용 한도를 현행 70%에서 90%로 20%포인트 상향을 추진했지만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북구는 기금의 상향 이유로 올해 민생 생활안정기금의 지출에 자기 부담금의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의회는 효율적 운용을 위한 여유 재원 확보, 목적·필요성·사용처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타당성 분석이 부족하다며 조례안을 반려했다.

서구도 같은 시기 북구와 동일한 내용의 90% 상향을 요구했지만 의회는 “적립금 과다 지출 우려와 적립금 사용 이후 시급한 재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재정 위기 대응이 어렵다”며 조례 개정안을 부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기금의 사용 한도 소진이 늘고 있다. 북구의 경우 지난해 기준 비축해 둔 기금 64억여원 중 사용 한도 70%에 해당하는 45억여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기금을 90%까지 사용할 수 있는 남구도 한도에 가까운 29억원을 일반회계로 전출했다.

일부 지자체장들이 임기 내 이 기금의 적극 집행에 나서면서 선심성 사업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배경이다. 동구와 광산구는 올해 이 기금을 집행하지 않았으며, 서구는 전체 기금 중 절반가량인 47억여원이 남아 다른 지자체와 대조를 보였다.

동구는 또 이 기금의 사용 한도 완화 시도와 기금을 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구는 집행부가 나서 현행 무제한인 사용 한도를 80%로 낮추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시 재정운영이 일관성과 원칙이 없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박희율 의원은 “광주시 일반회계가 본예산 6조2641억원에서 2회 추경 7조1686억원까지 늘었다가 정리추경에서 6조7610억원으로 다시 줄었다”며 “재정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고 했다. 심철의 의원 역시 “특별회계와 기금에서 돈을 빼 일반회계로 전출했다가 다시 되돌리는 과정을 반복해 기금이 일반회계 재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