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마약운반선 생존자 사살' 의혹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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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마약운반선 생존자 사살' 의혹 수사 착수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격침한 마약 운반선 사진AFP연합뉴스미군이 카리브해에서 격침한 마약 운반선 [사진=AFP·연합뉴스]미국 의회가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불러온 미군의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생존자 사살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로저 위커(공화·미시시피) 상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당시 상황과 관련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엄격한 감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군사위는 이미 국방부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마이크 로저스(공화·앨라배마) 하원 군사위원장도 "카리브해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해 엄격한 감시를 수행할 것"이라며 상원과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의회 내부에선 최근 현지 언론이 보도한 마약 운반선에 대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원사살' 명령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확산하고 있다. WP는 미군이 지난 9월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을 격침한 뒤 두 번째 공격으로 생존자 2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팀 케인(민주·버지니아) 상원의원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국제법뿐 아니라 미국 국내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터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원도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사건 이전부터 의회 일각에서는 카리브해 마약선 격침 작전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져왔다. 통상 군사 작전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보고하지도 않은 채 작전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렌데아라과(TdA) 등 중남미 마약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국방부가 해당 조직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해명했다.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마약 카르텔의 행위는 '미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해당하며 이 때문에 미국과 마약 카르텔은 전쟁에 준하는 '무력 충돌 상태'라는 논리다.

의회에서는 국방부의 설명에 대해 회의적인 기류가 우세하다. 특히 생존자 사살은 전쟁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직 군 법무관 단체는 전날 성명을 통해 "생존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에서 금지됐고, 공격한 측은 이들을 보호·구조하고 전쟁포로로 대우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전쟁범죄이자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헤그세스 장관은 엑스(옛 트위터)에서 관련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언론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사들을 깎아내리기 위해 날조와 선동, 비방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그(헤그세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나는 그를 100% 믿는다"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우선,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피트(헤그세스 장관)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고 했고,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몰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황진현 기자 jinhyun9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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