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딜로이트그룹 분석 결과 코스피200 기업의 '이사회 역량 진단표(BSM)' 공시 도입은 확산하고 있지만, 활용 및 관리에는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가 발간한 '기업지배기구 인사이트' 제11호를 보면, 코스피200 기업 10곳 중 7곳이 (70%, 141개사)이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이사회 역량 진단표(Board Skills Matrix, 이하 BSM)'를 공시하며 국내 BSM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중 작성·관리·활용까지 체계적으로 갖춘 기업은 26%(37개사)에 불과해 대부분 기업이 BSM을 단순 참고자료 수준으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BSM은 이사회 구성, 역량, 다양성 정보를 표와 그래프로 시각화해 이사회 운영의 적정성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다.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이사회가 보유한 역량과 미충족 역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지주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됐던 BSM 공시가 이제는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공시의 주요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BSM을 공시한 기업(141개사) 중 작성·점검 주체, 전문성 기준, 검토 주기 등 구체적 운영 기준을 명확히 한 기업은 14.9%(21개사), 성별 다양성 목표 비율까지 공개한 기업은 4.3%(6개사)에 불과해 BSM 공시가 다소 외형적 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권은 2023년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영향으로 BSM을 승계계획, 후보 추천, 다양성 목표와 연계하는 등 제도적 활용을 확대하는 양상을 보였다.
보고서는 또한 쉐브론(Chevron), GE 등 글로벌 선진 기업들이 이사회 역량뿐만 아니라 장기 전략과 연계한 필요 역량, 다양성 정책, 이사회 재편 기준까지 투명하게 제시하는 점을 소개하며, BSM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과제로 ▲실질적 활용방안 강화 ▲작성·관리체계 명확화 ▲기업전략과 연계한 필요 역량 반영 등을 제시했다.
김한석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센터장은 "BSM은 단순한 지배구조 공시 항목을 넘어, 기업 전략과 리스크 관리의 기반이자 주주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모범사례를 참고해 신규 이사 선임, 승계계획, 후보군 관리 등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 BSM을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여성 사외이사와 사내이사 비중을 통한 국내 상장법인 이사회 다양성과 자금부정통제 조기공시사례분석을 통한 시사점도 짚었다. 국내 유가증권 상장법인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2024 회계연도 기준 13.9%(324명)로 2021 회계연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나, 단순 수적 확대를 넘어 다양성 실현을 위한 정책·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현 한국 딜로이트 그룹 회계감사부문 내부회계관리제도 CoE(Center of Excellence) 센터장은 자금부정통제 공시제도 조기공시 사례 48개사를 분석해 전사 모니터링과 연결회사 관리 보완 과제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개정 집중투표제(장정애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前 자문위원)와 ▲업무상 부정과 내부통제(노준화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자문위원) 등 주요 아젠다도 함께 다뤘다.
이외에도 이번 호에는 ▲AI 기반 거버넌스 리더십 ▲회계·감사지원조직 인정 범위 ▲딜로이트 글로벌이 발간한 '복합적인 경영 환경에서 요구되는 이사진의 주요 역량' 번역본 ▲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상 감리결과 조치양정기준 등 일부 개정' 등 다양한 이슈도 함께 다뤘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