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과 10월에 이어 12월에도 기준금리를 낮췄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최근 한·미 금리 차가 줄었음에도 원·달러 환율과 집값 흐름 등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들이 뚜렷하게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9∼10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75%~4.00%에서 연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9월부터 세 차례 연속 단행된 인하다. 연준은 최근 고용 증가세가 약해졌다는 점을 인하 배경으로 제시했다.
다만 제롬 파월 의장은 “현재 금리는 중립 수준으로 보인다”며 향후 인하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내년 금리 전망은 기존과 동일해 시장에서는 “내년 한 차례 정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는 기존 1.50%포인트에서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금리 차 축소는 원화 가치 급락 우려를 일부 덜어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60∼1470원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의 대부분이 국민연금·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 등 ‘달러 수급’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 차 때문이라기보다 해외 주식 투자 증가가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이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값도 한국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한은은 수도권 전체의 상승 폭이 다소 줄었지만, 서울 핵심 지역은 여전히 둔화 속도가 더디다고 평가했다.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으나 경기·인천 지역은 큰 변화가 없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한은이 금리를 인하해 시장을 자극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환율과 집값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내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약할 경우 한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내년 4월 한국은행 총재 교체 이후 경제 상황에 따라 1∼2회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