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은 가격이 온스당 8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금 역시 과매수 신호가 뚜렷해지며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귀금속 시장 전반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오전 10시17분 기준 은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9.2% 하락한 온스당 71.96달러를 기록 중이다. 앞서 은 가격은 전날 밤 온스당 84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나, 단기간 급등에 따른 투자 과열 우려가 부각되며 급격한 조정에 들어갔다.
기술적 지표 역시 과열 신호를 나타냈다. 은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최근 3주간 70을 웃도는 과매수 구간에 머물다가 이날 약 67 수준으로 내려왔다. RSI는 일정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의 등락 속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70을 넘으면 과매수 상태로 해석된다.
금 가격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금은 4.4% 하락한 온스당 4334.14달러로 내려가며 지난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후퇴했다. 금은 2월물 선물 기준으로 이달 온스당 455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만 약 7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은 가격은 155% 급등하며 귀금속 중에서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단기 급등이 조정 압력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귀금속 전반의 약세 속에 백금은 이날 13% 급락했고, 팔라듐도 15% 넘게 하락해 2022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앞서 은 가격은 중국발 수급 불안 우려로 급등세를 보였다. 중국이 내년 1월부터 은 수출 통제 조치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무부는 은을 국가 무역 관리 품목에 포함시키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향후 은 수출은 기존과 달리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적 수요 역시 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은 금과 달리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각종 제조업 공정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글로벌 은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한 가운데,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에 반영돼 왔다.
다만 이런 급등 흐름은 단기 과열 논란 속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꺾였다. 시장에서는 낮은 유동성 환경에서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만큼 조정 압력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애덤 린튼 거시경제 전략가는 "은 가격 하락의 명확한 원인은 없지만, 낮은 유동성과 최근의 가파른 상승으로 급격한 조정이 나타나기 쉬운 환경이었다"며 "거시 경제 요인과 제한적인 유동성이 지속되는 한, 금속 시장의 불규칙적인 가격 변동은 2025년 남은 기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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