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공세가 거세다. 이들이 굵직한 거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토종 PEF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단기간에 국내 M&A 시장에서 2건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시장 지형을 흔들고 있다. KKR과 함께 세계 3대 PEF로 꼽히는 블랙스톤, 칼라일 등 다수의 글로벌 PEF가 시장에 참전하며 토종 PEF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KKR은 최근 국내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삼화의 경영권을 733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전엔 KKR을 비롯해 블랙스톤과 칼라일 등 글로벌 PEF도 참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글로벌 PEF가 참여하자, 삼화의 몸값은 크게 뛰었고 국내 PEF는 선뜻 나서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KKR은 삼화가 K뷰티 생태계의 중심에 있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결정했다. 차별화된 화장품 용기를 여러 브랜드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산업이 해외에서 가파르게 성장 중인 점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KKR은 지난달 리뉴어스, 리뉴원, 리뉴에너지충북 등 SK에코플랜트의 환경 자회사 3곳의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도 했다. 매각 규모는 1조 7800억원 수준이다. 국내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2파전을 벌였으나, KKR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를 따냈다.
블랙스톤은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 기업 준오헤어를 약 8000억원에 품었다. 준오헤어의 초기 매각가는 5000억원대로 거론됐으나, 글로벌 PEF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몸값이 뛰었다.
앞서 베인캐피탈은 HS효성 타이어코드 사업부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인수 작업 중이다. JKL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각각 8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반면, 베인캐피탈은 이들보다 약 1000억원 높은 90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중인 주요 거래에도 글로벌 PEF가 몰려든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충남 보령 LNG터미널 지분 매각엔 맥쿼리자산운용, 캐나다 퀘벡주연기금(CDPQ) 등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PEF는 막강한 자금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기로 내세우며 앞으로도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견 PEF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PEF들이 1조원 미만 딜까지 문턱을 낮추며, 딜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졌다"면서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PEF가 해외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감에 토종 PEF에 더 깐깐한 조건을 내세우는 경향도 있어 갈수록 입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