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의지력은 마음 아닌 몸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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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마음치유] 의지력은 마음 아닌 몸이 키운다
움직이지 않는 건 우울증의 주요 위험 요인 운동은 곧 ‘의지를 만들어내는 뇌’ 훈련 도구
“선생님 말씀은 잘 알겠지만, 마음의 문제는 제 의지력으로 고쳐 볼게요.” “아내(혹은 남편)의 우울증은 의지력이 약해서 낫지 않는 거예요. 의지만 있으면 그깟 우울증쯤은 금세 나을 거예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들이다. 많은 사람은 우울증을 마음의 병으로 여긴다. 결국 마음으로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의지력이니 우울증도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식이조절과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금연이 필수인 것처럼, 우울증 환자도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의지력을 발휘해야 한다. 물론 의지가 요술방망이처럼 질병을 단번에 없애주지는 않지만 치료 과정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나 역시 진료시간에 자주 이렇게 말한다. “의욕이 안 생긴다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은 더 심해져요. 움직이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써야 해요.”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비활동성, 즉 움직이지 않는 상태는 우울증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미국인 8098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주요 우울장애의 유병률 사이에는 뚜렷한 역상관관계가 있었다. 적게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움직일수록 위험은 떨어졌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부쩍 기운이 없고 마음이 자꾸 내려앉는다면 운동화를 신고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 동네 공원이라도 한 바퀴 걸어야 하는 것이다. “의지력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 거야”라고 아무리 다짐해도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몸을 꾸준히 움직이면 의지력도 향상된다. 호주 매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피험자들에게 두 달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쿠폰을 나눠 주면서, 첫 달에는 주 1회, 둘째 달에는 주 3회 운동을 하도록 요청했다. 두 달 뒤, 운동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에게서 놀라운 변화가 관찰되었다.

흡연, 음주, 카페인 섭취가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건강한 식습관과 약속 이행, 지출 관리, 학습 습관이 개선되었다. 무엇보다 감정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고,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통도 줄었다. 단지 운동만 했을 뿐인데도 일상과 심리에서 의지력이 고르게 자라난 것이다.

신경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운동은 전전두엽을 활성화시켜 충동 억제, 감정 조절, 목표 유지 능력을 향상시킨다. 운동이 곧 ‘의지를 만들어내는 뇌’를 훈련시키는 도구인 셈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마음을 다잡는다. “올해는 술과 담배를 끊겠다. 건강한 식습관을 들이겠다. 돈과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겠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 하지만 마음을 아무리 굳게 먹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결심은 흐려지고 의지는 약해진다. 새해 결심 중 실제 달성되는 것은 고작 8%에 불과하다고 한다.

새해 목표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이유는 생각만 하고 몸은 제대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철학자 니체는 말했다. “가능한 한 앉아서 지내지 마라.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얻은 게 아니라면 어떤 사상도 믿지 마라.” 의지력은 단순한 정신적 결심이 아니다. 반복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길러지는 몸의 기술이다.

김병수 정신건강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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