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가장 실용적이고 탈이념적인 도전이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정권이나 시국에 따라 퍼주기 정책으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그 효용 자체를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생산의 거점을, 북한에게는 외화 수입과 고용이라는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이 모델을 두고 국제사회가 우리보다 더 놀라워한 기억이 생생하다. 개성공단 운영 과정에서 형성된 규칙과 관례, 여기에서 비롯된 상징자산과 쌍무적 매커니즘은 우리 정치경제사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기록이다.
10년 전 개성공단 가동을 전격 중단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결단'을 떠올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북한의 도발과 만행이 선을 넘은 건 사실이지만, 개성공단을 거의 비가역적으로 걸어잠그는 건 다른 문제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업의 내막을 비교적 잘 아는 관계당국 사람들이나 실무 관계자들조차 '그렇게까지 한 진짜 배경이 무엇이었는가', '그렇게 했을 때 발생할 우리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사전에 어디까지 헤아려보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을 못 한다.
따지고 보면 그 일은 절대로 전격적이어선 안 되는 성격이었다. 좋든 싫든 우리 국민의 생업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만드는 데 수익을 전용한다는, 당시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일견 그럴듯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책의 맥락이나 역사성에 대한 고려가 결여된 측면이 있다. 기업인들이 이후로 겪은 고통과 구구절절한 사연은 또 어떠한가. 생산 설비와 원부자재를 두고 하루아침에 철수해야 했고, 거래관계는 무너졌으며, 수년 동안 쌓아올린 사업 모델은 공중분해되는 날벼락을 맞은 이들 중 정부의 '보상'과 '지원'이라는 것에 힘입어 다시금 우뚝 일어선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개성공단기업협회를 포함한 중소기업계가 촉구하고 더불어민주당과 통일부 등이 호응하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스멀스멀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 제재의 틀 안에서 생산 활동 가능한 업종 및 사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장기적으로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 재가동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 같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서둘러 수립해주면 좋겠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정상화 등을 위한 평화협력지구추진단을 신설하고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신전략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다름 아닌 이런 일을 속도감 있게 수행하면 된다.
우려스러운 건 '두 국가론'이니 '자주파 vs 동맹파'이니 하는 논쟁에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도매금으로 휩쓸리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념을 둘러싼 논란은 좌우를 막론하고 무거운 자석과도 같아서 정말로 중요한 여타의 의제들을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미국·중국·일본 등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내려면 어느 한 쪽이 의심을 품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개성공단의 설계자들은 내공 깊은 이념가였지만 거기에 함부로 이념을 끼워 넣지 않고 가장 실효적인 길을 찾아냈다. 국제관계라는 허들은 지난 10년 동안 부쩍 높아졌다. 어떻게 뛰어넘을까. 오로지 이것만을 고민하기 바란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놓치면 손해! 2026 정책 변화 테스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