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랏샤이마세! 숙박세·이중요금·출국세 주세요”…외국인 관광객 지갑 더 열라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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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랏샤이마세! 숙박세·이중요금·출국세 주세요”…외국인 관광객 지갑 더 열라는 일본
일본 여행 ‘갓성비’ 끝났나? 숙박세 신설 지자체 역대 최다… 출국세도 3배 껑충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증가 추세인 가운데 일본 관광에 드는 비용도 올라가고 있다. 숙박세를 걷는 지역은 급증 추세이고, 외국인에게 더 비싼 요금을 받는 이중 가격제 도입이나 출국세 인상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숙박세 신설 지자체 ‘역대 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홋카이도, 미야기현 등이 올해부터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세를 걷을 방침이다. 총무상 동의 절차까지 완료돼 올해 숙박세를 신설하는 지방자치단체는 7일 기준 총 26곳이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7곳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금껏 숙박세를 걷는 지역은 17곳이었는데, 올해 말이면 약 5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야기현은 오는 13일부터 1인 1박당 300엔(약 2780원)의 숙박세를 부과한다. 센다이 시내에 묵을 경우 200엔은 시에, 100엔은 현으로 돌아가고 현내 다른 지역 숙박세는 모두 현 수입으로 잡힌다.

사진=EPA연합뉴스 4월에는 홋카이도와 도내 13개 시·정·촌(기초자치단체)이 숙박세를 도입한다. 도세는 최대 500엔이며, 삿포로시 등은 이와 별도로 자체 숙박세를 걷는다.

이밖에 4월 히로시마현, 6월 나가노현 및 가루이자와, 7월 구마모토시 등의 숙박세 도입이 예정돼 있다.

미야자키시와 오키나와현은 올해 중 숙박세 도입을 목표로 총무성과 협의 중이다.

교토시는 3월부터 숙박세 상한을 현행 1000엔에서 1만엔으로 늘릴 예정이고, 도쿄도 역시 현행 100∼200엔 정액제인 숙박세를 2027년부터 3% 정률제로 변경하기 위해 검토에 착수하는 등 기존 숙박세의 인상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188억엔(1739억원) 규모였던 전국 숙박세수는 연간 400억엔(3699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총무성은 추산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숙박세가 확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 문제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해외에서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약 3907만명으로 2024년 1년간 3687만명을 이미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교통 정체, 쓰레기 투기 문제 등 해소에 필요한 재원을 숙박세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들 지자체의 셈법이다.

다만 지자체 대신 숙박세를 걷는 호텔, 여관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과세액이 크면 고객 유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업무 차 방문하는 외지인, 현지 주민들에게도 부담을 지우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내국인·외국인 따로…이중 가격제

이중 가격제는 정확히 외국인만 겨냥한 조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외국인에게는 내국인보다 더 비싼 입장료를 받는 이중 가격제를 검토하도록 전국 주요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등에 요구할 방침을 최근 굳혔다.

이중 가격제가 도입되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는 일반 관광객의 약 2∼3배가 될 것으로 재무성은 예상하고 있다. 현재 입장료가 1000엔인 도쿄 국립박물관의 경우 외국인은 최대 3000엔을 지불해야 입장권을 손에 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박물관, 미술관 등에는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안내 패널이나 음성 가이드 등 설비에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외국인이 적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 타지마할, 페루 마추픽 등 해외에 유사 사례가 있는 만큼 이중 가격제 도입이 무리가 아니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역시 올해 비유럽연합(EU) 관광객에 대한 입장료를 인상할 방침이다.

일본에선 정글리아 오키나와가 이중 가격제를 도입한 선례가 있으나, 논란도 적지 않다.

효고현 히메지시는 지난해 히메지성의 외국인 입장료를 4배로 인상하려다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반발이 커지자 히메지 시민 1000엔, 히메지 외 지역 거주자 2500엔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사카의 한 라멘집이 식권 발매기에서 한국어 등 외국어를 선택했을 경우 일본어 메뉴보다 2배 가까운 가격을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점주는 “외국인 입맛에 맞게 맛을 바꾸거나 토핑을 추가하기 때문”이라며 “외국어로 응대해야 하는 수고도 비용이다”라고 주장한다. 산케이신문은 “내놓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엄밀히는 이중 가격은 아니다”라면서도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찬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과잉관광 문제가 심각한 교토시는 “관광객 때문에 현지 주민이 버스를 탈 수가 없다”는 불만이 속출하자 주민의 버스·전철 요금을 낮추는 ‘시민 우선 가격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민과 관광객을 어떻게 구분할지,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도로운송법상 해석의 문턱은 어떻게 넘을지 등 과제가 남아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출국세는 올리고…일본인 여권 발급비는 낮추고

일본은 국제관광여객세로 불리는 출국세 역시 오는 7월부터 3000엔(2만77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행 1000엔이던 출국세가 갑자기 3배로 뛰는 셈이다.

이는 출국세가 22.2달러(3만2000원) 수준인 미국 등과 균형을 맞추는 조치라는 것이 일본 정부 설명이다. 이에 따른 추가 세수로는 대도시에 집중되는 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데 쓸 방침이다.

문제는 출국세가 내외국인 모두에게 부과되는 만큼 일본인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대신 여권 발급 수수료를 유효기간 10년짜리 기준 현행 1만6000엔(14만8000원)에서 약 9000엔(8만3000원)으로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현재 17%에 불과한 여권 보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일본은 이밖에 외국인 비자 발급 수수료 5배 인상, 전자도항인증제도(JESTA) 도입 등도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이를 통한 수익은 공항 등 수하물 검사 혼잡 완화, 입국심사 강화, 관광지 정비 등에 쓴다는 설명이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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