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후 기준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경감 효과는 고소득층과 20·30세대에서 두드러졌다. 특히 고소득 차주의 이자부담은 평균 39만원가량 줄어, 저소득층의 2배 수준이었다. 이는 소비 흐름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한국은행이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 및 기업 부문별 파급효과'를 점검한 결과,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와 기업 모두 직접적인 이자부담 경감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5%에서 2.5%로, 총 1%포인트(100bp) 인하했다.
가계의 경우 올해 1분기 금리가 평균 3.94%로, 2023년 4분기(4.38%) 대비 0.44%포인트 낮아졌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중소득 차주의 금리가 0.51%포인트 하락해 저소득(-0.31%포인트), 고소득(-0.43%포인트) 차주보다 인하 폭이 컸다. 그러나 실제 이자 경감 금액은 대출 규모가 큰 고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고소득 차주는 이자가 평균 39만2200원 줄었고, 저소득층은 17만2500원, 중소득층은 35만9900원이 줄었다. 소득 대비 경감 비율은 중소득층(-1.12%), 저소득층(-1.02%), 고소득층(-0.70%) 순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이자부담을 가장 많이 덜어냈다. 20·30대의 경우 같은 기간 금리가 0.68%포인트 하락해 전체 평균(0.44%포인트)을 크게 웃돌았다. 이자 경감 규모도 평균 60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고, 소득 대비 경감 비율도 -1.4%로 가장 컸다. 반면 40·50대와 60대 이상은 금리가 약 0.3%포인트 낮아지면서 22만~26만 원 정도 이자부담을 줄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자경감 효과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간 고소득층은 그나마 지난해 3분기 이후 1%대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유지했지만, 저소득층은 오히려 소비가 둔화됐다.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3.1%에서 2분기 1.7%로 내려간 뒤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기업도 가계와 마찬가지로 이자부담은 줄었지만 투자는 확대되지 않았다. 대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6.8%에서 올해 1분기 9%로 둔화했고,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36.4%에서 -24.4%로 감소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가계와 기업 모두 소비·투자를 미루면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낮췄음에도 성장률 제고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기준금리 1%포인트 인하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을 각각 0.02%포인트, 0.08%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 평균 효과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지난 6월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고, 금리 인하 효과가 2~3분기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하반기부터는 성장률 제고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올해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향후 1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0.27%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