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증권은 17일 중국 경기와 국내 코스피 간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되는 등 최근 국내 증시가 중국 리스크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차별화 현상에 더해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 부양책에 나설 경우,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세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중국 경기와 코스피 간 디커플링 배경'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중국 경기와 코스피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박 연구원은 "중국 주가의 강한 랠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 부진이 심상치 않다"며 7월에 이어 8월에도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둔화하거나 부진이 심화했다는 점을 짚었다. 소비, 생산은 물론 투자까지 이른바 '트리플 둔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중국의 1~8월 고정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 수준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투자증가율은 5.1%(전년 동기 대비) 이 또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2019년 12월 이후 가장 낮다. 박 연구원은 "중국 투자 과잉리스크가 부각되던 당시 수준의 제조업 투자증가율"이라며 "중국 경제가 또 다시 과잉 리스크에 허덕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생산자물가 역시 2022년 10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박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 장기화에 이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따른 상당수의 중국 수출업체들이 타격을 받았고 앞으로 추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가 투자과잉 리스크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당국이) 추가 통화완화책 및 유동성 확대 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높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부양책으로는 "추가 재정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결국 남은 부양수단은 금리 인하 혹은 지준율 추가 인하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주 금리 결정을 앞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개한다면 중국 인민은행 입장에서도 금리를 낮출 여력이 확대된다. 중국의 올해 목표 성장률은 5% 내외다.
이러한 중국 경기 부진이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중국 경기와 국내 주가 간 상관관계가 크게 약화하고 있다. 소위 국내 증시가 중국 리스크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배경으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더 악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경기 둔화 혹은 중국 경쟁력 강화의 악영향으로 인한 국내 대중국 수출 둔화 압력이 제한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번째로는 "최근 국내 수출을 견인하는 업종이 과거처럼 산업재, 자본재가 아닌 반도체, 조선 및 방산도 있기 때문"이라며 "대중국 수출 리스크가 악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국내 증시와 수출을 견인하면서 중국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는 수출 다변화를 꼽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국내 전체 수출에서 대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미 그리고 대아세안 수출이 양호한 수출을 보이면서 중국 리스크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 밖에도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흐름, 국내 자본시장 육성 기대감 등도 이러한 디커플링 현상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와 경기 간 차별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여기에 더해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부양책에 나서 준다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에 힘을 더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