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 박삼구 전 금호 회장, 2심서 집행유예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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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당지원' 박삼구 전 금호 회장, 2심서 집행유예 감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아주경제 DB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아주경제 DB]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경영권을 회복하려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김종호)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윤병철 전 전략경영실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박홍석 전 임원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김호균 전 임원은 무죄가 선고됐고, 금호건설은 벌금 2억 원을 명령받았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말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하고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 그룹 재건을 추진하면서 각종 불법 지원을 지시한 혐의로 2021년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이 동원된 금호산업 지분 인수,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주식을 2700억 원에 금호기업에 매각한 거래, 아시아나 기내식 독점사업권 양도와 연계한 자금 조달 등이 모두 횡령·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금호그룹 4개 계열사 자금 3300억 원을 동원해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한 행위는 횡령에 해당하고,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2700억 원에 금호기업에 매각한 것도 저가매각으로 손해를 끼친 배임이라고 봤다. 기내식 사업권 양도와 연계한 자금 지원 역시 부당지원으로 인정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10년, 윤 전 실장에게 5년, 박 전 임원들에게는 각 3년을 선고하며 중형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은 판단을 크게 달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계열사 부당지원이 그룹 차원의 경영권 유지 목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되, 횡령·배임에 따른 실질적 손해 입증은 부족하다고 보고 핵심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우선 금호산업 지분 인수와 관련해 “계열사 자금 제공에 담보가 확보됐고 NH투자증권이 개입하는 등 견제 장치가 있었다”며 불법 영득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을 매각한 사건에 대해서도 “당시 현금흐름할인법 평가액에 불합리한 가정이 있었고, 매각가 2700억 원이 현저히 저가라고 볼 수 없다”며 배임 혐의를 무죄로 결론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계열사 간 자금 대여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 과정은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박 전 회장이 그룹 전략경영실을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9개 계열사로 하여금 금호기업에 장기간 저금리 자금을 제공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지배권을 유지·강화한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룹 재무 상황이 어려웠음에도 조직적·계획적으로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책임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양형 배경에 대해 “범행은 조직적이고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이 사적 이익을 취한 것은 아니며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지배권 회복 자체에는 동의했다”며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또 장기간 수감된 점과 전과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박용준 기자 yjunsay@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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