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성장'과 '세수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중장기 세제 로드맵은 어떤 원칙으로 설계돼야 할까. 배당소득 분리과세부터 거래세, 가상자산 과세 등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할 증권세제 항목은 무엇일까. '금융투자세제 선진화'를 주제로 지난 17일 오후 을지로 아시아미디어타워에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좌담회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연구센터 센터장이 진행과 토론을 함께 맡고,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서준식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이상 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논란이 됐던 대주주 양도소득세 요건은 현행 50억원 유지로 이재명 대통령이 입장을 밝혔다. 간단히 평가해달라.
▲유 교수: 정책 충돌이 핵심이다. 정책을 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가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서 교수: 간단히 말해 실리도 명분도 없는 세제개편안이었다.
▲김 교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무산되면서 정부는 이번에 대체 과세법안을 제시해야 했으나, 그 내용이 퇴행적이었다. 아무 과세도 안 하는 것에 비하면 정부로선 차선을 택한 셈인데, 이마저도 주식 투자자의 반발에 부딪혀 국정 최고책임자가, 정부 첫해에 국회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철회했다.
▲김 센터장: 저도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나마 50억원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고, 조세 중립성의 측면에서도 낫다. 하지만 미봉책이다. 조세 회피가 너무 용이하고 과세 공백이 있다.
▲오 교수: 기준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선 연말 매도로 피해 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도차익 과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신 손실이 있으면 빼줘야 한다.
-고배당 성향에 대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보나. 누진적 최고세율 35% 정부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오 교수: 시장 측면에서 (도입 시) 바람직한 부분이 분명 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안은 최고세율 25%였는데 세법개정안은 35%까지 올라갔다. 어차피 할 거면 낮은 세율로 한 뒤 배당이 많이 이뤄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면 그때 높여도 된다.
▲서 교수: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우리나라의 경제력, 국력과도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다. 양도소득세보다 세율이 더 낮아져야 배당 유인이 커진다. 다른 나라 평균 정도, 20~25% 사이가 돼야 한다. 배당세수는 줄어도, 주가가 오르고 자본시장에 돈이 재유입되는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 교수: 고배당에만 적용하는 것은 세법·세금의 기본적 역할을 벗어났다. 국세통계를 찾아보니 2024년 기준 배당소득 5억원을 초과한 사람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자의) 2%인 6882명(신고액 12조3327억원)이다. 몇천 명을 위해 이런 소모적 논쟁을 해야 하냐. '대주주'라는 용어로 일부만 회피가 가능한 과세를 할 게 아니라 일정 기준 초과 시 양도 차익 과세하면 된다. 대신 5년 정도 기한을 정하고 손실은 보전해주면 좋겠다.
▲김 교수: 찬반을 묻는다면 찬성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배당을 늘려 코스피 5000을 달성하기에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배당소득 과세는 이중과세 문제가 심각하다. 법인세 단계에서 23~24% 내야 하고, 배당단계에서 최고세율로 45%, 여기에 지방세까지 붙는다. 다른 나라들은 분리과세 고정세율을 택하거나 공제를 많이 해주는데, 우린 둘 다 안 해준다. 세율 측면에서는 35%가 합리적 선택이다.
▲김 센터장: 투자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 배당을 (다른 소득과 동일하게) 종합소득으로 (과세)하는 게 맞는지 회의적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이자소득에만 적용하고, 이자 및 비적격 배당 가운데 60일 미만 보유한 것에 대해 종합과세하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거래세, 금투세부터 가상자산 과세까지 향후 금융투자세제 선진화와 관련한 의견을 말해달라.
▲김 센터장: 우리나라 자본시장 과세 체계의 총체적 문제는 장기 비전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떼쓰면 과세 안 한다는 선례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 직속으로 '과세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지금 빨리 시작해야 한다.
▲김 교수: 조세 정책 본연의 원칙과 목적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보완해야 한다. 보유액 기준도, 거래액 기준도 아니다. 보편적 소득 기준으로, 새로운 버전의 금융투자 소득과세로 가야 할 것이다. 그게 유일한,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소득 기준으로 차별화된 과세를 하고, 장기투자에는 공제 또는 저세율 혜택을 줘야 한다. 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유 교수: 단계적으로 전환해서 금투세 중심으로 개편하는 게 맞다. 가상자산 과세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잘못 건드리면 혼란만 야기될 것이다.
▲오 교수: 먼저 거래세가 폐지돼야 한다. 금투세는 도입해야 한다. 세율은 좀 낮추되 손실에 대해서는 손실 입증 시 환급을 해주면 된다. 이게 합리적인 방법,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 (해당 제도가) 있고 없고 글로벌 스탠더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나라에 맞는 세제 체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상자산 과세는 주식, 증권과 같이 가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P2P(개인 간 거래)는 무조건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 교수: 과세 선진화 TF 출범에 100% 찬성한다. 현재로선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너무 심하니까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금투세를 시행하고 다른 나라처럼 양도소득세와 합산해 가야 한다는 걸 (정부가) 지금 로드맵으로 밝히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금투세 세율은 법인세 수준과 비슷하게 가는 게 최적의 안이다. 너무 높으면 20억 정도 자산을 가진 사람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법인을 만들 것이고, 가족법인만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히 손봐야 할 금융투자세제 항목을 하나만 꼽자면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서 교수: 당연히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에 돈이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면, 자본시장과 경제활성화를 연결하는 길목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오 교수: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기업이 배당을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야 한다. 모티베이션을 줄 방향으로 만들어 시장에 던져놓으면 바람직할 것이다.
▲유 교수: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꼽지만, 반대의견 측면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배당소득 환류세제를 했지만 배당은 늘지 않았다. 지금은 (분리과세보다) 오히려 배당을 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김 교수: 거래세, 대주주 기준 양도차익 과세 모두 정부안을 폐지하고, 소득 기준점을 높게 잡더라도 단순하게 소득 기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시작해야 한다.
▲김 센터장: 가상자산 과세 선진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례가 없는 3차 유예를 겪은 상황이다. 이번 정권에서 해결을 못 하면 계속 끌려다니게 될 것이다. 4차 유예 시, 향후 모든 세제개혁 추진력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세수 확보와 자본시장 성장을 위한 중장기 세제 로드맵은 어떤 원칙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서 교수: 실리와 명분을 다 차릴 수 있는 것,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정말 중요하다. 상법, 세법 외에도 많은 것들을 건드려야만 다른 나라에서는 시작한 지 오래된 자본시장 활성화를 우리도 뒤늦게나마 달성할 수 있다.
▲오 교수: 자본시장 효율성 강화는 세수 확보보다는 높은 차원의 목표다. 이 부분이 풀어지면 시장 곳곳에 경제적 모티브가 생기면서 다른 쪽 세수도 확보된다. 현재 정부 입법안을 살펴보면 조금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먼저 제도부터 합리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김 센터장: 가장 쉽게 손볼 수 있는 게 바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이다. 개인적으로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구분하고 싶다. 이자 소득과 비적격 배당 소득에 대해서는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춰도, 세수가 많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다. 배당소득 부분에서는 적격 배당, 61일 이상 보유 시 미국식으로 기준을 만들면 세율은 중요하지 않다.
▲김 교수: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에 대해 특별히 반대 의견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이 어디까지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정부가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 세수를 포기해야 주식 시장이 더 잘 된다는 식의 기계적인 사고는 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세수를 보호하려는 최소한의 정책이 주식 시장을 망칠 것이라는 주장도 안 된다. 다만 불합리한 과세는 증시에도 불합리한 영향을 주니 없애는 것이다. 배당소득 과세가 그런 것이다. 거래세보다 소득 기준(과세)을 해야 한다는 것도 일반적 조세원칙이다. 지금 정치인이 주식 얘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 정경 분리처럼 '정주' 분리가 필요하다.
▲유 교수: 자산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자산이 쏠려있는 부분이 부동산이다. 토지, 건물, 주택 등 2023년까지 계산해보니 대략 1경6000조원 정도다. 소위 (증시로의) 머니무브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으로 가야만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한쪽 다리(금융투자세제)로만 걸으려고 하니 기우뚱거리는 것이다. 또한 개인투자자들, 시장에 참가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미국은 배당세액이 20%라고 이야기하는데, 초과 유보소득에 대한 법인세(20%)가 있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기회비용을 높여야 (기업이) 배당을 할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도 강화해야만 한다.
▲김 센터장 : 즉, 머니무브를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큰 틀에서 보자는 이야기다.
정리=조슬기나·김진영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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