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도 녹색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후 벤치마크 지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 해당 지수를 만들어 추산한 결과, 코스피 대비 탄소감축 효과는 더 컸고 수익률은 오히려 상회했다. 지수 도입 시 수익과 탄소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8일 'BoK 이슈노트- 주식시장을 통한 녹색전환 촉진방안: 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녹색금융은 그간 대출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2021년 K-택소노미, 2022년 녹색채권 가이드라인, 지난해 녹색여신 관리지침 등 관련 제도와 인프라가 주식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영향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기후 관련 정보 인프라와 성과평가 체계 등이 미흡해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녹색금융을 주식시장까지 확장한 사례는 유럽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투자자들이 녹색투자의 기후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EU 기후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해 저탄소 자본시장을 조성했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반영한 지수(PAB·CTB 지수)와 추종 펀드들이 다양하게 출시해 있다. 추종 펀드는 올해 6월 말 기준 1559억 달러 규모다.
보고서에서는 국내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EU 요건을 반영해 국내 기후 벤치마크 지수(K-PAB·CTB)를 만들어 탄소집약도와 수익률을 시산한 결과, 코스피와 유사한 재무성과를 유지하면서도 투자 포트폴리오상 기후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박성훈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기획팀장은 "코스피보다 탄소집약도는 대폭 축소되고, 누적수익률은 코스피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종이 가능하다"며 "지수 구성 역시 코스피와 비교해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산업의 투자 비중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2015년 10월~2025년 5월까지 최근 10년간 누적수익률은 지수 충족 요건이 더 까다로운 K-PAB가 5.6%포인트, K-CTB가 4.6%포인트 코스피를 상회했다. 반면 이 기간 탄소집약도는 코스피가 38.9% 축소된 반면, K-PAB·CTB는 47.9%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나 감축률이 9%포인트 더 컸다.
다만 국내에 녹색지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탄소배출량과 화석연료 수익비중 등 기후 데이터를 확충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저탄소 투자에 대한 유인이 크지 않아 수요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도 제약요인으로 짚었다.
박 팀장은 "지수 도입은 기업·산업별로는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탄소집약도를 줄여야겠다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 노력 강화와 신뢰성 있는 기후 관련 정보 공개는 글로벌 투자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여 주식시장 전반의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선 시범지수를 산출·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 인센티브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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