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혁신 기업연구소의 부재는 한국 산업의 오랜 숙제다. 미국 IBM이 추락의 위기를 극복하고 반전 시나리오를 쓴 사례는 IBM 왓슨 연구소와 같은 기업 연구소가 단순한 기술 부서가 아니라 기업의 심장이자 국가 경쟁력의 토대임을 보여준다.
아시아경제는 대한민국 기업 연구개발(R&D)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듣기 위해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 회장을 만났다. 산기협은 5만여 기업 연구소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단체다.
구 회장은 단기 성과주의가 기술의 축적과 산업의 체질 개선을 막고 있다면서, 경영자의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과 함께 정책적인 배려를 언급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미래가 '기업 연구소'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구 회장은 우리의 기업연구소들이 위기에 몰리고 있는 만큼 지원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 회장은 "세계 5위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 연구소들이 경기 침체와 인재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며 단기 성과에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기업 R&D의 현실에 대한 진단과 치유법을 제시했다. 미래를 위한 정책 제언과 경영자의 역할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구 회장이 진단한 한국 R&D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재 확보'다. 그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은 국가 기술력에 치명적"이라며, "인재 확보가 곧 재난 대응이라는 위기 인식으로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인력지원 사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혁신인재본부' 신설과 같이, 범국가적 차원의 인재 확보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AI가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된 지금, 부처별로 흩어진 AI 정책을 통합 조정할 강력한 국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우리 과학기술 정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과학기술부총리 제도의 부활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부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갖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야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가 국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때, 대한민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IBM 왓슨연구소 같은 '장수·혁신 연구소'가 나오기 위한 조건으로는 '경영자의 리더십'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불확실성 속에서도 R&D 투자를 줄이지 않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파산 위기 속에서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과감히 투자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사례를 들며, 기업 내부적으로는 기술리더가 의사결정·경영전략과 직결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정부는 기업의 R&D 지원을 위해 '파격적인 세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지원은 기업이 R&D 투자 과정에서 부담하는 리스크를 줄여주고, 도전적인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확실한 '당근'이기 때문이다. 그는 "R&D 투자를 조금이라도 늘린 기업에 보너스 혜택을 주는 'R&D 투자 증가분 인센티브' 등을 도입해 기업의 자금 순환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구 회장은 "연구자에게 단순한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부심과 존중"이라며 기업 연구자들을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 조성을 역설했다. 미국이 우수 연구자에게 기술혁신 훈장을 주고, 영국이 앨런 튜링을 화폐에 새겨 그 공로를 기리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연구자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2월 시행되는 '기업부설연구소법'에 '기술개발인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민간 연구자들의 자긍심을 높일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하루 3분, 퀴즈 풀고 시사 만렙 달성하기!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