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BYD, 알리바바, 딥시크, 샤오미 등 중국 대표 기업들이 다음 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대거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경주에서 공식 행사가 열리지만, 상당수 기업이 숙소를 서울에 잡으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돼 국내 기업들과의 별도 협력 논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0일 중국 내 사정에 밝은 관계자와 현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이달부터 지역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회원국 간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APEC 비즈니스 여행카드(ABTC)' 발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대기업부터 지방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방한단을 조직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APEC 최고경영자 서밋 초청장을 전달한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서밋 참석뿐 아니라 국내 법인을 통한 개별 일정까지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방정부는 신청 절차를 설명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었고,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는 지원 절차와 심사 방법이 상세히 게시됐다.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상하이시는 지난 8일 ABTC 신청과 심사, 발급 장소 27곳을 지정해 기업들의 문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BTC는 APEC 회원국 간 기업인의 이동을 원활히 하기 위해 도입된 장기 복수 비자 제도다. 소지자는 회원국별 비자 신청 절차를 생략하고 전용 심사대를 통해 출입국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회원국 간 기업인들에게 무비자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과 한국은 제도 전면 적용국이지만, 미국은 출입국 혜택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평소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지만, 중국이 이번 APEC을 계기로 전국 단위로 발급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확정되면서 자국의 외교·경제 정책을 뒷받침할 기업들의 동행 필요성이 커진 점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동시에 이번 기회를 활용해 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진출과 영향력 확대를 노리려는 전략적 의도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중국 대표 기업 CEO들의 동반 방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화웨이, BYD, 알리바바, 딥시크, 샤오미 등 주요 기업 CEO들에게 초청장을 전달했으나, 아직 참석 여부에 대한 최종 회신은 모두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확정된 만큼 이들 기업 수장들의 방한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한 법인을 통해 CEO 서밋 참석과 함께 별도 일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밋에 참여하면서도 한국에서 자사 홍보 행사나 국내외 기업 경영진과의 협력 논의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APEC을 계기로 중국 기업들이 단순한 회의 참석을 넘어 한국을 거점으로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맞물려 중국 주요 기업 수장들이 실제로 한국을 찾게 될 경우, 우리 기업과의 협력 논의는 물론 글로벌 산업 질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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