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심장, 기업연구소⑪]삼성종합기술원, '반도체코리아' 씨앗을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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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심장, 기업연구소⑪]삼성종합기술원, '반도체코리아' 씨앗을 뿌리다

2027년이면, 삼성종합기술원이 세워진 지 40년이 된다.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불혹'의 나이. 세월을 통해 쌓은 능력으로 어떤 것에도 좌고우면하지 않을 시점에 이르렀지만, 지금의 삼성종합기술원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87년 10월22일 삼성은 총 1250억원을 투입해 종합기술원을 세웠다.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지금의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반도체 공장 근처에 자리했다. 누구도 만들지 못한 반도체 선행 기술을 탐구해 개발해내라는 회사의 사명을 받들었다. 이보다 앞서 1982년 설립된 반도체연구소가 있었지만, 삼성종합기술원이 생기면서 무게중심은 이곳으로 옮겨졌다. 엄밀히 따지면, 삼성종합기술원이 추구하는 기술은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반도체를 포함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필요한 원천 기술들을 개발해내는 데 중점을 둔 기관이었다. 처음엔 전자기기, 정보시스템, 소재 부품 연구소 등 3개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통신, 항공, 합섬 연구소 등 살펴보는 분야가 늘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에는 바이오, 에너지 기술 연구에도 주력했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삼성종합기술원은 초기 삼성 반도체의 씨앗을 뿌렸고 이후에는 반도체 등이 탑재되는 '세트' 전반에 필요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1990년대에 개발한 '반도체 플라스틱 패키지(EMC)', '디지털 비디오디스크 레코더(DVDR) 등은 삼성전자 제품의 경쟁력을 높였다. 1997년에는 삼성종합기술원이 만들어낸 '음성 부조화 기술'이 국제 표준의 일부가 됐다. 2000년대에는 차세대 메모리,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열중했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원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최고에 버금가는 대우로 각광 받던 삼성종합기술원이 주춤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미래의 기술을 발굴해내는 중장기 연구보단 당장 필요한 연구를 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전면 개편됐다. 종합기술원의 연구조직과 인력은 축소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근래에는 AI 메모리 시장 흐름이 시시각각 변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경쟁이 급해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사정에 맞춰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상대적으로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 개발은 등한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분위기를 바꿀 전환점이 필요해 보이지만, 그보단 곳곳에 불안요소가 더 많다. 기술원의 실질적인 운영 업무를 맡는 부원장직은 8개월째 공석이다. 함돈희 부원장이 부임한 지 1년 만인 지난 1월 사임한 후 후임자를 아직 낙점하지 못했다. 일부 박사급 인력들이 사업부에 배치되는 등 연구조직이 축소 또는 통폐합을 앞두고 있다는 풍문까지 도는 등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내 입지는 앞으로 더욱 좁아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 기흥캠퍼스에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인 'NRD-K'를 조성하고 2030년까지 이곳에 총 2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종기원이 오랜 기간 가져왔던 기술 연구의 중심축이 이젠 NRD-K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그때는 이후의 종기원 활용 용도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올 것으로도 전망된다.


2005~2008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을 지낸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막연한 기술 연구보단 메이저 사업 분야에서 차별화된 새 기술을 연구해 개발해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짚으며 "이전 삼성종합기술원은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한 기술 연구에 몰두한 경향이 컸다면, 삼성이 사업을 다방면으로 펼친 지금은 중요, 간판 사업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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