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MLB) 팬에게 ‘현역 최고 투수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그의 이름이 첫 번째에 안 나올 수도 있다.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23경기 11승3패 평균자책점 1.96을 찍은 뒤 풀타임 첫해인 올해 32경기 10승10패로 승운은 없었지만,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한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우완 폴 스킨스의 이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바꿔 ‘현역 최고 좌완 투수가 누구?’라고 묻는다면 아마 만장일치로 그의 이름이 나올 것이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에이스 타릭 스쿠벌 얘기다. 지난해 18승4패 평균자책점 2.39 탈삼진 228개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사이영상을 수상한 스쿠벌은 올해는 13승6패로 승운은 따르지 않았지만 평균자책점 2.21, 탈삼진 241개로 투구 내용 자체는 지난해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 AL 사이영상 2연패가 유력한 스쿠벌이 2025 MLB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지배했다.
스쿠벌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AL 와일드카드 시리즈(3전 2승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2이닝 3피안타 3볼넷 14탈삼진 1실점의 역투로 디트로이트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탈삼진 14개는 스쿠벌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공 하나 하나의 무게가 정규리그와는 차원이 다른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개인 탈삼진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이날 스쿠벌의 투구는 압도적, 그 자체였다. 스쿠벌의 활약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6번시드까지 추락한 팀의 사기를 단번에 올렸다.
포스트시즌 진출엔 성공했지만, 디트로이트는 올 시즌 후반기 악몽 같은 추락을 겪었다. 시즌 중반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던 디트로이트는 8월말까지만 해도 AL 중부지구에서 2위 클리블랜드에 11.5경기 앞선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시즌 막판 심각한 침체에 시달렸고, 결국 87승 75패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88승74패를 기록한 클리블랜드에게 1경기 차로 뒤져 지구 우승을 내줬다. 포스트시즌 시드도 3번이 아닌 6번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사실을 이번 경기로 증명했다.
디트로이트는 1회 스펜서 토켈슨의 선제 1타점 적시타로 앞서갔다. 스쿠벌이 유일하게 실점한 장면은 4회에 나왔다. 스쿠벌은 4회 2사 1, 2루에서 가브리엘 아리아스의 크게 튄 내야 땅볼 타구를 마운드에서 물러나며 직접 잡았다. 이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잠시 휘청였고, 그 사이 2루에 있던 클리블랜드 앙헬 마르티네스가 과감하게 홈까지 파고들었다. 에이스 스쿠벌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디트로이트는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냈다. 디트로이트는 7회 1사 1, 3루에서 잭 매킨스트리가 1루수 방향으로 절묘한 번트를 성공시켰다. 스쿠발은 8회 투아웃까지 소화하고 윌 베스트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베스트는 9회까지 책임져 2-1로 경기를 끝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