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25 MLB 내셔널리그(NL) DS 1차전에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5-3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대어급 선수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전력을 보강한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다저스는 지난 겨울에도 전력 보강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건강하기만 하면 최강의 구위를 자랑하는 좌완 선발 블레이크 스넬을 비롯해 정상급 좌완 불펜 태너 스캇을 보강해 마운드를 강화했다. 여깅에 MLB 30개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사키 로키도 다저스 유니폼을 택했다. 2023년 9월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지난 시즌 타자로만 뛰었던 오타니가 올 시즌 투수겸업도 재개하면서 다저스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2연패는 물론 정규리그에서도 역대 최다승 기록을 깰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불펜진의 역대급 방화쇼 등이 더해지면서 생각보다 치고 나가지 못했다. 정규시즌 93승69패로 NL 서부지구 우승은 차지했지만, NL 승률 3위에 그치며 3번 시드로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의 우세 속에 신시내티 레즈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2승으로 일찌감치 끝낸 다저스는 필라델피아와의 DS 1차전도 잡아내며 챔피언십 시리즈(CS·7전4승제) 진출의 유리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2018년 빅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였다. 이날 오타니의 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01.4마일(약 163.2km/h), 평균 구속은 98.7마일(약 158.8km/h)을 찍었다. 빅리그 최고 수준의 구속이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불안했다. 2회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무사 1,2루에 몰린 오타니는 상대 포수 J.T. 리얼무토에게 던진 직구가 가운데 몰렸고, 리얼무토는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로 연결했다. 맥스 케플러를 내야 땅볼로 처리했지만, 후속 타자 해리슨 베이더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까지 내주며 오타니의 실점은 3점까지 늘어났다. 3,4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 했던 오타니는 5회에도 베이더에게 몸에 맞는 공, 브라이언 스탓에게 안타를 맞고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NL 유일의 3할 타자(0.304)로 타격왕에 오른 트레이 터너와 56홈런으로 55홈런의 오타니를 제치고 NL 홈런왕에 오른 카일 슈와버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오타니의 이날 성적표는 6이닝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3실점(3자책). 한 번의 위기에서 석점을 내주긴 했지만, 구위나 제구력 모두 최고 수준이었다. 타석에서는 4타수 무안타 4삼진 1볼넷에 그치긴 했지만, 이날 마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이 워낙 위력적이기에 타석에서의 부진도 감안할 만 했다.
잭 휠러가 시즌 아웃을 당하고 애런 놀라가 부진을 보인 필라델피아 선발진에서 올 시즌 13승5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거듭난 크리스토퍼 산체스에게 눌려 5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한 다저스. 6회부터 슬슬 반격을 시작했다. 6회 2사 후 프레디 프리먼의 볼넷과 토미 에드먼의 안타로 만든 1,2루 기회에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좌익선상 안쪽으로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프리먼과 에드먼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2-3, 한 점차 승부를 만들어냈다.
7회엔 기어코 전세를 뒤집은 다저스다. 필라델피아의 베테랑 불펜 데이빗 로버트슨이 앤디 파헤스에게 안타, 윌 스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필라델피아는 로버트슨을 내리고 맷 스트람을 올렸다. 스트람은 오타니와 무키 베츠를 각각 삼진과 팝플라이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는 듯 했으나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쾌조의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를 넘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맷 스트람의 2구째 포심 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오자 이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394피트(약 120m)짜리 3점 홈런을 폭발시켰다. 5-3 역전에 성공한 다저스는 7회부터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번 포스트시즌 4선발로 활약할 예정인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투입했다. 다저스 불펜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글래스노우는 7회는 잘 처리했으나 8회 2사 만루에 몰렸고, 다저스는 알렉스 베시아를 올려 에드문도 소사를 범타 처리하며 두 점차 리드를 지켜냈다.
9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사사키였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이닝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불펜 요원으로 성공적 변신을 알린 사사키는 이날 마무리로 등판했고, 1이닝을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사사키의 포심패스트볼은 100.8마일까지 찍을 정도로 구위가 무시무시했다. 다저스의 김혜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이어 디비전 시리즈에도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신시내티 레즈와 와일드카드시리즈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김혜성의 MLB 포스트시즌 데뷔는 2차전으로 미뤄졌다. 다저스와 필리스는 하루 휴식을 취한 뒤 7일 디비전시리즈 2차전을 치른다.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 필라델피아는 헤수스 루자르도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