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가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최근 2차전지 업종(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주목받고, 동시에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회복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한주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가장 많이 읽힌 기업보고서는 2차전지 소재 생산기업인 엘앤에프 관련 리포트였다. 증권가에선 테슬라로의 출하량과 ESS용 양극재 사업이 함께 탄력을 받으면서, 엘앤에프가 8개 분기 만에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랐다.
ESS 중요성 부각…AI 테마 주도 주식시장 랠리 합류엘앤에프는 2000년 구미에서 출발한 2차전지 양극재 전문 제조사다. 2003년 코스닥 상장 후 지난해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했다. 현재 대구 본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2개 종속법인을 두고 있으며, 하이니켈·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고성능 양극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전체 매출의 97% 이상이 전기차 기업 테슬라 등에 대한 수출에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기준 수주 잔고는 3조8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엘앤에프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는 최근 AI 테마가 주도하는 주식시장 랠리에 합류를 시도하고 있다. AI 시대에 진입하면서 급증한 전력 인프라 수요와 맞물려, ESS가 향후 2차전지 산업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SS의 핵심 부품 구조가 전기차용 배터리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양극재 기업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구조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상대적으로 고용량인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활용한 삼원계(NCM·NCA) 배터리와 저용량·고안전성 LFP 양극재가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엘앤에프는 주요 사업인 삼원계 배터리뿐만 아니라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생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ESS용 소재 시장 진출을 가속하며, 중장기 성장 축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원계 출하량 증가, LFP 본격 양산 탄력엘앤에프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90%가량 늘며 약 67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00억~190억원을 기록하며 8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3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이 마침내 끝을 보이는 셈이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테슬라 관련 출하량 급증이다.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모델Y 주니퍼, 모델Y 롱바디, 모델3 플러스 등 신규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엘앤에프의 NCMA95(니켈 95%) 양극재 수요가 크게 늘었다. 고성능 차나 프리미엄 차종은 여전히 삼원계 중심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물량과 SK온 헝가리 공장 폭스바겐 물량 확대로 하이니켈, 미드니켈 모두 가동률이 상승했다"며 "4분기에도 긍정적 수요가 지속되면서 최소 3분기 수준의 외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회수 DB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아시아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 배터리를 채택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아직 본격적인 판매 확대 전이며, 중국 외 시장 출시 가능성도 고려하면 엘앤에프의 높은 출하량 성장률은 2026년에도 이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엘앤에프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에 NCM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으며, 2027년부터는 현대차, 리비안 등 신규 고객사 공급도 시작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내달 8일부터 배터리 수출 허가제를 시행한다고 예고한 점도 엘앤에프의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ESS용 배터리 시장의 87%를 중국 기업이 차지했는데, 미국의 대중 관세와 수출 허가제까지 고려하면 탈중국 수요는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비중국 LFP 양산을 준비하는 업체가 엘앤에프를 제외하면 전무한 만큼 '셀러스 마켓'(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판매자에게 유리한 시장)의 이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앤에프,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
미국 내 고객사들 입장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세액공제 혜택을 위해 비중국산 양극재 제품을 써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 전기차 보조금 폐지 우려와 관련해서도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직접적인 미국 시장 노출이 제한적이며 차별화된 판매 흐름이 예상된다"며 "테슬라 모델Y 롱바디 판매 호조와 하반기 테슬라 베를린·상하이 기가팩토리 증산이 예정돼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내년 3분기 대구공장에서 연 3만톤 규모로 LFP 생산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6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2곳의 고객사와 ESS용 LFP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삼성SDI와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에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21일 오전 11시 기준 엘앤에프는 코스피시장에서 11만7100원에 거래됐다. 3개월 전인 지난 7월21일 종가가 6만28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86.4% 상승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엘앤에프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DB증권은 15만원, 유안타증권은 14만2000원, 한국투자증권은 13만5000원, KB증권은 13만원을 제시했다.
김예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소재 업종 내 최선호주로 엘앤에프를 꼽았다. 그는 "대규모 리튬 재고평가손실, 높은 부채비율 등으로 동종 업체 대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할인을 받아왔다"며 "중국의 저가 경쟁 지양으로 리튬 가격 안정화가 이어지고 있고, 리튬 장기 계약 종료로 관련 리스크가 축소됐다. 현재는 테슬라 신차 판매 호조에 따른 NCM 출하 증가, LFP 사업 동력 부각 등으로 밸류에이션 할인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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