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지난 1일 SSG와의 정규시즌 경기였다. 5-2로 앞선 9회에 올라왔다가 2아웃을 잘 잡고도 투런포를 연속 두방으로 맞으면서 한화는 5-6으로 패했다. 이 패배로 한화는 타이브레이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반면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연패를 당하며 스스로 매직넘버 1을 지우지 못했던 LG는 김서현 덕분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한 한화의 김서현이 경기 종료 후 더그아웃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화 김서현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그야말로 김서현에게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1차전부터 그랬다. 한화가 9-6으로 앞선 9회에 세이브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으나 선두타자 이재현에게 솔로포를 맞는 등 0.1이닝 2실점으로 고개를 숙였고, 결국 경기 마무리는 김범수가 했다. 김서현이 흔들리자 한화 벤치의 마운드 운용이 크게 요동쳤다. 플레이오프 3차전엔 6회에 마운드에 올랐던 문동주가 9회까지 전부 책임진 게 가장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당시 승리 후 하이파이브하는 과정에 김서현의 깨름칙한 표정을 두고 한화팬들의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한화가 4-1로 앞선 6회 무사 1,3루에 올라왔다가 첫 타자 디아즈는 땅볼로 처리했으나 김영웅에게 동점 쓰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김영웅이 7회에도 결승 쓰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한화는 4-7로 패했고, 결국 한화는 5차전에서 폰세와 와이스를 다 쓰면서 한국시리즈 문턱을 겨우 밟게 됐다. 팀 내 최고 선발카드를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쓸 수 없게 된 한화는 한국시리즈 1,2차전을 대패하고 말았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김서현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서현이 LG에 7대3 역전승을 거둔 뒤 포효하고 있다. 뉴스1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김서현이 경기가 끝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김서현이 경기가 끝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게 맞이한 3차전. 김서현은 8회 1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오스틴을 0B-2S로 잘 몰아놓고도 3구째 공을 포수 최재훈이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폭투를 던져 3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했다. 이때만 해도 김서현이 아직 플레이오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화 타선이 1-3으로 뒤진 8회 빗맞은 안타만 3개가 나오는 등 놀라운 집중력으로 6점을 뽑아 7-3 역전을 만들어줬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에게도 9회를 맡겼고, 김서현은 안타와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1사 1,2루에 몰렸지만 대타 문성주를 병살타로 잡고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김서현은 방송 인터뷰를 기다리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간의 설움도 폭발하고, 스스로 경기를 끝낸 기쁨이 섞인 복합적인 눈물이었을테다. 김서현은 “이렇게 역전승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서현은 최근 흔들렸던 상황에 대해 “SSG와 경기가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계속 잃어서 위축됐는데 주위 감독, 코치님과 선배님들이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화 김서현과 최재훈이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화 김서현과 최재훈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한화 김경문 감독이 김서현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눈물의 의미를 두고는 “오늘처럼 9회에 막은 경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그동안 좀 많이 힘들었던 것들이 갑자기 나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플레이오프에서 (김)영웅이 형에게 홈런 맞았지만 그때 양상문 코치님께서 ‘공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주셨다”며 “저도 그때부터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김서현은 “오늘 승리 투수가 된 것은 신경을 안 썼고,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오랜만에 팀 승리를 지켜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은 경기에 이 좋은 기억과 자신감을 새겨두면서,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안전하게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