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버츠’에서 월드시리즈 3회 우승 사령탑으로 진화한 다저스 로버츠 감독처럼… 한화 김경문 감독도 내년엔 달라진 ‘믿음의 야구’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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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버츠’에서 월드시리즈 3회 우승 사령탑으로 진화한 다저스 로버츠 감독처럼… 한화 김경문 감독도 내년엔 달라진 ‘믿음의 야구’ 보여줄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사령탑인 데이브 로버츠 감독. 2016년부터 다저스의 지휘봉을 잡은 로버츠 감독은 사령탑 2,3년차인 2017년과 2018년 다저스를 이끌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워낙 막강한 전력을 보유한 다저스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지나친 ‘좌우놀이’나 단기전에서 플랜A가 무너졌을 때 임기응변 부족 등을 보였다. 당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다저스에서 뛸 때라 다저스는 ‘국민팀’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MLB 팬덤에서 극강의 인기를 자랑했기에 로버츠 감독은 국내 MLB 팬들로부터 ‘돌버츠’(돌+로버츠)라고 불릴 정도였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제 누구도 로버츠 감독을 두고 ‘돌버츠’라고 부를 이는 없을 듯하다. 로버츠 감독은 이제 월드시리즈 3회 우승 감독으로 거듭났다. 2020년, 2024년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로버츠 감독은 지난 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5 MLB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다저스의 5-4 승리를 이끌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월드시리즈 연패 팀이 나온 것은 무려 25년 만이다. 1998~2000년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3연패 이후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바뀌었지만, 25년 만에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것이다. 내셔널리그 팀으로만 따지면 1975~1976년 신시내티 레즈 이후 49년 만의 월드시리즈 2연패이기도 하다.

혹자들은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슈퍼스타들이 득실대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다저스에는 명실상부 MLB 최고의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MVP 3인방에 선발진에도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나우 등 특급 선발 선수들이 포진되어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그러나 적어도 다저스의 2025년 월드시리즈 제패는 로버츠 감독이 그야말로 ‘명장’다운 결단을 내려줬기에 가능했다. 특히 월드시리즈 5차전까지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다저스가 6,7차전을 잡아내며 역전 우승을 해낸 건 로버츠 감독의 놀라운 초강수가 제대로 먹힌 결과였다.

6차전부터 살펴보자. 다저스가 3-1로 앞선 9회,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번 포스트시즌 다저스 마무리 사사키 로키가 알레한드로 커크에게 몸에 맞는 공, 애디슨 바저에게 2루타를 맞고 무사 2,3루에 몰렸다. 동점을 넘어 역전이 가능한 상황. 로버츠 감독은 초강수를 둔다. 7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던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마운드에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글래스나우를 통해 최대한 실점을 억제해 9회에 경기를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마운드에 오른 글래스나우는 어니 클레멘트를 팝플라이, 안드레스 히메네스를 좌익수 직선타에 바저를 2루에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로버츠 감독의 결단이 제대로 통한 것이다.

7차전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투수 운용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2-4로 뒤지던 다저스는 8회 맥스 먼시의 추격 솔로포와 9회 1사 후 터져나온 미겔 로하스의 극적인 동점포로 4-4 동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8회 무사 2루에 올라와 위기를 잘 넘긴 블레이크 스넬이 9회 1사 후 보 비셋에게 안타, 애디슨 바저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의 끝내기 위기에 놓였다.
사진=AP연합뉴스 여기서 로버츠 감독은 또 한 번 초강수를 던졌다. 마무리 사사키 로키가 아닌, 전날 6차전에 선발 등판해 96구를 던진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야마모토는 첫 타자 커크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지만, 달튼 바쇼의 2루 땅볼을 로하스의 정확한 홈송구로 끝내기 패배를 막아냈다. 이어 클레멘트의 좌중간을 가를 듯한 타구는 앤디 파헤스가 키케 에르난데스와의 충돌을 불사하며 잡아내면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연장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선택은 야마모토의 속투였다. 전날 96구나 던졌지만, 이 상황에서는 야마모토보다 더 좋은 공을 뿌릴 수 있는 투수가 다저스 불펜에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연장 11회, 다저스의 안방마님 윌 스미스의 결승 솔로포가 터져나오며 다저스는 드디어 5-4 역전에 성공했다.
사진=AP연합뉴스 그리고 맞이한 연장 11회말. 다저스 마운드에는 여전히 야마모토가 올랐다. 내일이 없는 월드시리즈 7차전다운 로버츠 감독의 승부수였다. 야마모토는 선두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2루타를 맞았다. 여기에서라도 바꿀 수 있었지만, 로버츠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야마모토로 밀고 나갔고, 희생번트, 볼넷으로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끝까지 야마모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야마모토는 결국 커크를 병살타로 처리하며 다저스의 우승을 직접 마무리지었다.

로버츠 감독의 초강수, 극단적인 믿음의 야구를 보면서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가. 한화의 김경문 감독도 2025 KBO 포스트시즌에서 마무리 김서현을 믿었지만, 결과는 처참한 패배였다.

김경문 감독의 김서현을 향한 ‘믿음의 야구’는 고집, 아집에 가까운 운영이었다. 믿어야 할 선수를 믿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게 로버츠와는 다른 점이었다. 이미 김서현은 가을야구 시작 전부터 큰 충격을 경험한 선수였다. 지난달 1일 SSG와의 정규리그 경기에서 9회 2사 후 투런포 두 방으로 한화의 타이브레이커 성사 가능성을 없애버렸던 김서현이었다. 게다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회 세이브를 위해 3점차 리드 상황에 올랐다가 0.1이닝 2실점으로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6회에 마운드에 오른 문동주를 9회까지 책임지게 한 건 김서현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지난 10월 31일 대전 중구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시작 전 한화 김경문 감독이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7-3으로 승리를 거둔 한화 김서현이 경기가 끝난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다시 중용하기 시작했다. 4-1로 앞선 6회 김서현을 올렸다가 김영웅에게 동점 쓰리런포를 맞으면서 결국 승부가 5차전으로 향했다. 5차전에서 한화의 최고 무기인 코디 폰세-라이언 와이스 원투펀치에게 9이닝을 모두 맡기는 바람에 LG와의 한국시리즈 잠실 1,2차전에서 두 선수를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결국 1,2차전을 모두 패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김서현이 8회 1사에 올라와 1.2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투구 내용은 좋지 못했다. 0B-2S에서 뜬금없는 폭투로 3루 주자에게 홈을 허용한 장면이나 9회에도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주자를 내보낸 장면 등.
지난 10월 2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마무리 투수 김서현이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지난 10월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작은 성공에 써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결국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김서현을 8회 2사에 투입했고, 9회에 박동원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김서현은 또 한 번 무릎을 꿇었다. 3-0으로 앞서던 경기를 4-7로 뒤집히며 1승3패로 몰린 한화는 5차전까지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경문 감독에겐 개인 통산 다섯 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이었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로버츠 감독처럼 내년 시즌엔 단기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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