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겐 비밀인데, 항상 야구를 생각해요.” 체코의 야구는 ‘낭만’이라 일컬어진다. 사실상 야구로 돈을 벌긴 어려운 구조다. 리그는 있지만 전업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 선수단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본업이 있다. 순수하게 야구에 대한 애정 하나로 야구공과 배트를 손에 쥔다.
8~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국 대표팀과의 ‘2025 NAVER K-BASEBALL SERIES’에 참가하는 체코 대표팀도 예외는 아니다. 파벨 하딤 체코 대표팀 감독은 의사다. 지역서 유명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다. ‘주장’ 완장을 찬 마르틴 무지크는 그라운드 키퍼다.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얀 노박은 자영업자, 외야수 마틴 체르빈카는 회계사로 알려져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딤 감독은 “항상 야구를 생각한다”면서 “다만, 표현은 많이 못하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도 있고 가족도 있다. 아이도 셋이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균형을 잡으려 한다. 이것도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무지크 역시 “훈련시간이 부족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자 본업이 있기 때문에 당장 대표팀을 소집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나마 무지크처럼 개인사업자들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자영업자이기에 (야구를 하는 기간엔) 돈은 못 벌겠지만, (시간을 빼는 건) 다소 자유롭다”고 답했다. 하딤 감독은 5주간의 휴가를 활용했다. “과거 대표팀에 소방관이 있었다”면서 “지금 팀엔 원전 회사에 다니는 엔지니어도 있다. 모두의 시간을 맞추는 과정이 어렵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순 없다.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처음 본선에 진출했다. 중국을 꺾으며 역사적인 첫 승을 신고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유럽선수권대회서 3위를 차지, 신흥 강호로 주목받고 있다. 2026년 WBC에도 출전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서 뛰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사실상 무산된 분위기다. 하딤 감독은 “빅리그 사무국에 4~5명 정도 요청했는데, 아마 1명도 못올 것 같다. 기대는 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전도 큰 의미를 가질 터. ‘경험’을 쌓고자 한다. 한국과 체코는 2026년 WBC 1라운드 조별리그서 함께 C조에 속했다. 첫 맞대결 상대다. 아직 대표팀 면면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서로를 탐색할 수 있는 절호의 무대다. 하딤 감독은 “지난해 일본, 대만서 평가전을 했을 때처럼 경험을 쌓기를 바란다. WBC를 앞두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