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단장의 시간’인 스토브리그의 꽃이자 엄청난 돈잔치가 펼쳐지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9일 드디어 개장했다. KBO가 지난 5일 FA 자격 공시한 30명 가운데 9명이 은퇴나 신청을 포기하며 21명의 선수가 FA가 돼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강백호(KT), 박찬호, 조상우(이상 KIA), 투수 김태훈(삼성), 외야수 최원준(NC), 투수 최원준(두산·이상 원소속팀)은 A등급으로, 이 선수들을 영입한 팀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0명 외)과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원소속팀에 지급해야 한다. 박해민(LG), 우완 투수 이승현(삼성), 장성우(KT), 김범수(한화), 김상수(롯데), 이준영(KIA), 이영하, 조수행(이상 두산)은 B등급, 김현수(LG), 손아섭(한화), 강민호(삼성), 황재균(KT), 양현종, 한승택, 최형우(이상 KIA)는 C등급이다. B등급 보상 규모는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5명)+전년도 연봉 100% 혹은 전년도 연봉 200%, C등급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다. 각 구단은 3명의 외부 FA까지 영입할 수 있다.
이번 FA 시장에서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들이 적지 않다. 첫 번째는 최대어 강백호와 박찬호의 거취다. 둘의 계약은 정반대 양상의 시간 싸움이 될 전망이다. 강백호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이달 중순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스카우트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계획하는 만큼 장기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박찬호는 원소속팀 KIA를 비롯해 유격수 보강이 급한 롯데, KT 등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어 빠른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올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김현수의 친정 두산 복귀 여부다. 현 소속팀 LG도 붙잡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김재환이 FA 신청을 포기하면서 두산에서 김현수를 데려올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세 번째 포인트는 ‘집토끼’ 단속이다. 당장 LG는 김현수뿐 아니라 박해민도 지켜야 우승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둘 다 A등급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 영입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 특히 박찬호 조상우에 양현종 이준영 한승혁 최형우까지 내부 FA가 많은 KIA는 집토끼가 못 나가도록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구단이 일단 집토끼를 잘 지켜 전력을 유지한 뒤 외부 영입을 고려한다는 원칙은 분명하다. 이런 한편에서는 조상우와 외야수 최원준의 경우 A등급이 오히려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기에 보상선수를 내주고 데려올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 원소속구단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목소리다. 여기에 더해 손아섭과 NC 최원준 등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선수들이 다시 FA로 현 구단에 남을지 팀을 다시 옮길지도 관심이다. 한편 올해 LG를 두 번째 통합우승(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도 사령탑 몸값 30억원 시대를 열었다. LG는 이날 염 감독과 3년 최대 30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총 21억원·옵션 2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염 감독은 김태형 현 롯데 감독이 2020년 두산과 3년 28억원에 계약했던 ‘KBO리그 사령탑 최대 규모 계약’을 경신했다. 또한 염 감독은 1995년 고(故) 이광환 전 감독, 1999년 천보성 전 감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재계약에 성공한 LG 사령탑이 됐다. 2000년대 들어 LG와 재계약한 사령탑은 염경엽 감독이 처음이다.
송용준 선임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