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최정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창간 20주년 인터뷰. 김용학 기자 “선수로서 마지막 목표요? 600홈런이죠.”
2005년, 만 18세 신인은 드넓은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꿈을 꿨다. 1차 지명으로 SK(SSG)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최정이다. 아직 고등학생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앳된 얼굴. 타석에만 서면 달라졌다. 선배들도 놀랄 화끈한 파워에 ‘소년 장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강산이 두 번 옷을 갈아입은 시간. 그 사이 팀명은 바뀌었고, ‘형’이라는 호칭은 이제 부르기보다 듣는 쪽에 가까워졌다. 중요한 것은 아직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는 점이다.
20년 넘게, 야구선수로, 그것도 원클럽맨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최정은 “야구는 항상 삶 속에 있었다. 프로에서 20년 넘게 뛰고 있지만, 야구 자체는 아주 어린 시절(초3)부터 하지 않았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복 받은 사람”이라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목을 받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책임감으로 바뀌더라. 연차가 쌓이다 보니 한 팀에서 계속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낀다“고 강조했다.
SSG 최정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창간 20주년 인터뷰. 김용학 기자 ◆ 소년장사에서 야구 천재로
기나긴 세월,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차곡차곡 쌓인 발걸음은 ‘역사’가 됐다. 통산 최다 홈런, 득점, 사사구 등 리그 곳곳에 최정의 이름이 스며 있다. 리그서 유일하게 500홈런(518홈런) 고지를 밟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인천 야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5개의 반지(한국시리즈 우승), 8개의 황금장갑(골든글러브)을 수집했으며, 홈런왕에 오른 기억도 3차례나 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모두가 우러러보는 금자탑. 정작 최정 본인은 담담하다. 굵직한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최정이 주목하는 지점은 누적이 아닌, 연속성이다. 리그 최초 기록인 20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10년 연속 20홈런 등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최정은 “사실 통산 기록은 크게 욕심이 나지 않았다”라며 “다만, 연속 기록은 다르다. 한 시즌을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아무리 어려워도 10개 홈런은 쳐야지 싶다”고 전했다.
SSG 최정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창간 20주년 인터뷰. 김용학 기자 ◆ 작은 것 하나부터, 타협 없는 기준점
눈물과 땀으로 빚은 성과다. 주변인들이 말하는 최정의 강점, 그 첫 번째는 다름 아닌 ‘몰입’이다.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하다. 최정은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잘하더라. 어릴 때는 중간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걸 용납하지 못하겠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도 마찬가지겠지만, 잘하든 못하든 시즌이 끝나면 리셋이다. 다시 0에서 시작한다. 대신 지난 시즌보다 아주 작은 수치라도 +1을 더하겠다는 마인드로 임했다”고 밝혔다.
몸 관리에도 철저하다. 올해를 제외하면 부상 악재와 거리가 멀었다. 수술대와도 인연이 없다. 최정은 “그것만큼은 타고난 듯하다.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정은 “기사를 보면, ‘독하게 살을 뺐다’는 이들이 많더라. 개인적으론 평소 꾸준히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과거 의도적으로 벌크업을 한 적은 있지만, 2020년부터는 몸무게가 거의 똑같다. 93㎏에서 2㎏만 쪄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귀띔했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 끝까지, 후회 없이…위대한 마지막 목표
‘살아있는 전설’ 최정, 그마저도 흐르는 시간을 막을 순 없다. 동년배 선수들이 하나둘 유니폼을 벗는다. 얼마 전 동갑내기 박병호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코치로서 또 다른 인생을 출발한다. 절친으로 소문난 김성현(SSG)은 내년 시즌 플레잉코치로 뛴다. 최정은 “최근에 (박)병호와 통화를 했다. 병호가 ‘너밖에 안 남았다. 오래 해라’ 이렇게 말하더라. 또 (김)성현이도 20년간 옆에 붙어 있었지 않나. 코치를 한다고 하니, 그때 약간 실감이 났다”고 끄덕였다.
최정은 2024시즌을 마친 뒤 SSG와 4년 110억원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벌써 세 번째 FA. 누적 총액 300억원을 돌파했다. 이 또한 리그 최초의 발자취였다. 남은 목표는 (통산) 600홈런이다. 현 시점에선 최정만이, 최정이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최정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다. 남은 기간 매 시즌 20개씩 쳐도 어렵다”면서도 “도전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자부심이다. 달성한다면,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SSG 최정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창간 20주년 인터뷰. 김용학 기자 ◆ 함께한 20년, 또 앞으로의 20년
발맞추어 걷는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도 2005년 처음 독자를 만났다. 20년간 현장의 생동감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최정 역시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최정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실렸다. 최정은 “입단 동기”라며 웃었다.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 분야에서든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의 20년도 응원한다. 좀 더 좋은 언론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