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경기 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절대 승리를 포기할 수 없는 숙적, 일본을 마주한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오는 15~16일 일본 도쿄돔에서 K-베이스볼 시리즈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시리즈 핵심 이벤트다. 먼저 만나 2승을 챙겼던 체코는 지난 9월 유럽선수권대회 3위를 차지한 유럽 신흥 강호지만, 엄밀히 자국 프로리그도 없는 팀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각자 생업 속에서 야구를 병행하는 정도다. 세계랭킹 1위 일본은 다르다. 직전 WBC에서는 메이저리거들이 포진한 미국을 꺾고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다. 한국 대표팀의 경쟁력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상대라는 의미다.
물론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이상 LA 다저스) 등 일본인 빅리거들은 이번 평가전에 소집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류 감독은 “시즌을 마치고 대표팀을 구성할 때 어느 나라건 100%로 하지 않는다. 일본도,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 관계자도 “메이저리거들이 없기 때문에 현 일본 대표팀이 1.5군이라 불리지만, 자국 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모였다. WBC를 앞두고 상대 전력을 가늠할 좋은 기회”라고 귀띔했다.
연패 사슬을 끊어야 하는 막중한 미션도 걸렸다. 한국 야구는 성인 프로 선수들로 맞붙었던 직전 9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마지막 승리는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이었다. 당시 선발 등판한 오타니에게 가로막혀 0-3으로 끌려가다가, 9회초에 기적 같은 4득점 역전극을 수놓은 바 있다. 그 짜릿함을 끝으로 10년째 일본을 넘지 못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이 지난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 감독이 “전력과 별개로 한일전은 당연히 이겨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그는 “체코전은 투수들의 등판 순서를 정해놓고 컨디션을 맞춰가는 운영을 했다면, 일본전은 WBC 규정 안에서 실전에 가까운 투수 운용을 하겠다”고 필승을 다짐하기도 했다.
평균연령 22.1세의 패기를 앞세운 마운드에 기대를 건다. 시속 150㎞을 넘나드는 파이어볼러들이 두루 포진했다. 한국 투수 최고 구속 161.6㎞를 마크한 문동주를 비롯해 정우주, 김서현(이상 한화), 배찬승(삼성), 김영우(LG), 박영현(KT), 곽빈(두산) 등이 구속 혁명 속에 태극마크를 짊어졌다.
한국 야구 대표팀 투수진이 김광삼 투수코치와 훈련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류 감독은 “대표팀에 구위형 투수들이 많은데, 리그에서는 모두 좋은 결과를 냈던 선수들이다. 일본 상대로도 그것이 통할지 스스로 확인할 기회”라고 관전포인트를 짚었다. 다만, 에이스로 불리는 문동주와 원태인(삼성)의 등판은 미지수다. 사령탑은 “가장 중요한 건 WBC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욕심을 부릴 시기가 아니다”며 가을야구까지 치른 투수들의 무리한 기용을 피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변수로는 피치클락이 거론된다. 야구 스피드업을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KBO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지만, NPB는 이 규정이 없다. 이번 WBC에서는 MLB 기준인 ‘주자 없을 때 15초, 있을 때 20초’가 적용된다. 일본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느낄 낯섬을 공략할 필요가 있는 태극전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