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실적 부진에도 임원 보수 '펑펑'…금융당국, 개선안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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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실적 부진에도 임원 보수 '펑펑'…금융당국, 개선안 본격 추진
사진금융위원회[사진=금융위원회]


국내 기업의 주가와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임원 보수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는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선이 본격 추진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당국과·유관기관은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 사례를 참고해 기업 성과와 동종 업계 비교를 반영한 임원 보수 체계를 도입하고 주주총회에서 개별 임원 보수에 대한 찬성·반대 비율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규정을 변경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임원 보수가 회사 실적과 무관하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3년간 총주주수익률(TSR), 영업이익 등과 임원 전체 보수총액을 비교할 수 있도록 표·그래프를 활용해 공시하도록 하고 급여·상여·주식기준보상 등 세부 보수별 부여 사유와 산정 기준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에는 RS(Restricted Stock) 등 주식기준보상이 임원 보수 공시와 분리돼, 미실현 보상은 수량만 공개됐다. 앞으로는 임원 개인별 보수총액과 함께 RS·RSU 등 주식기준보상의 현금환산액도 공시되며 보수 5억원 이상 임원과 상위 직원 5명의 상세 부여 현황도 공개된다.

앞서 경영 실적이 악화하는 등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연봉, 성과급, 스톡옵션 등 각종 보수가 큰 폭으로 지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산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배주주 임원이 비지배주주 임원보다 높은 보수를 수령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임원 보수 체계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지난해 말 DB하이텍 소수주주들은 과다한 보수를 지급받은 총수 일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김준기 전 DB그룹 창업회장이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음에도 직함을 유지하며 보수를 계속 받았고 김남호 회장 역시 미등기임원으로 과도한 보수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DB하이텍에서 총 60억원을 보수로 받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또한 지난해 3개 한화 계열사(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에서 91억99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상반기 보수로 46억원 받은 바 있다. 김 부회장은 보수 외에 3개 계열사에서 모두 RSU을 받았다. 다만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해 적자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김 부회장이 RSU를 포함해 큰 보수를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개선안을 통해 주주가 기업 성과와 임원 보수 간 관계를 보다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원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정보 제공 강화와 제도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기업 정보 공시도 강화된다. 기업의 연간 보고서, 공시자료, 주주총회 자료 등을 영문으로 제공하는 비율을 확대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보수 구조와 경영 성과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상장법인이 국문공시를 제출하면 거래소가 실시간으로 영문으로 자동 변환해 제공하며 공시제목과 레이블까지 변환해 사건 유형과 주요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2024년 영문공시 건수는 전년 대비 58.2%, 제출법인수는 41.7%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전문번역업체를 통한 영문번역 지원, XBRL 기반 재무제표 영문 제공, 외국인 투자자용 Open DART 플랫폼 등 단계적 인프라 구축 또한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과 정보 활용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표결 결과 공시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주주총회 의안별 찬성률 등 상세한 표결 결과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의 ‘무더기 주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주총 개최 시기를 분산하도록 유도한다. 의결권 기준일 규정을 변경하고 주주총회를 4월에 개최할 경우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등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현재 대부분 기업이 3월 말 집중적으로 주총을 열면서 소액주주와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가 어려웠다.

금융당국은 “주주총회·임원보수 공시의 개선을 통하여 일반주주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임원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정보제공이 강화되고 공시제도의 글로벌 정합성이 제고 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개선방안 시행 후 추가 개선 필요사항이 없는지 공시 현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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