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추위가 본격화 된 17일 오전 전북 김제시 용지면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한 부부가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난방유 2500만원어치(2만리터)를 기부했다. 기부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접수됐다. 한파에 앞서 먼저 사랑의 손길을 내민 부부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짓고 있는 배준식(72)씨와 배우자 황순이씨였다.
“우리가 좀 나으면, 조금이라도 나눠야지요. 특히 겨울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힘드니까요.”
배씨는 어릴 적 겨울이 오면 방 한 칸에도 훈기가 돌기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연탄 불이나 등유 냄새를 맡으며 밥해 먹던 시절엔 군불로 겨울을 났다”며 “좀 더 살기 편해진 요즘이지만, 농촌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은 난방비를 아끼려 추위 속에서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순이씨 또한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온기만큼 값진 게 어디 있겠느냐”며 “우리가 가진 게 크지 않아도, 누군가 따뜻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전했다.
용지면발전협의회장을 지낸 배씨는 전국 최초의 농민 아너소아이어티 회원(121호)이기도 하다. 2012년 아들 결혼 축의금 등을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으며 1억원 이상의 고액 기부자 모임에 가입했다.
그후 이들은 꾸준히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농민으로 살아온 삶이 여유롭지만은 않았지만, 항상 지역 발전을 고민하며 주민과 더불어 생활하는 것을 당연한 일처럼 여긴다. 특히 “겨울이면 난방 걱정하는 이웃이 떠오른다”며 매년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난 2월에도 부부가 함께 3000만원 상당의 등유와 연탄을 기부하는 등 지역 복지 사각지대 지원에 앞장서 왔다.
배씨 부부는 “한파를 앞두고 난방비가 부담되는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따뜻함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금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큰 용지면 저소득층 100가구에 대한 난방유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박선화 용지면장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이들이 내민 손길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지역을 붙잡아 주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라며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