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단위 과징금을 통보받으며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관련 과징금도 예고돼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금융이나 포용금융, 주주환원 강화 등 주요 금융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도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과징금 경감과 자본규제 완화 등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홍콩ELS 불완전 판매한 은행에 2조원 규모 과징금 통보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에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지난달 28일 사전 통보했다. 이는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다.
홍콩 ELS 판매액은 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판매사지만 규모가 작아 이번 사전통지 대상에서는 빠졌다.
금소법은 금융사가 위법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금감원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KB국민은행의 과징금이 1조원 내외로 가장 크고, 신한·하나·농협 등이 각각 3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한다.
은행권은 생각보다 높은 과징금에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징금이 기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공정위의 LTV 담합 관련 과징금 역시 은행에 곧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은행들은 우려한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정보를 공유하며 담합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이 최소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대규모 과징금 부과는 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현재 금융회사는 과징금을 부과받으면 통상 해당 금액의 600%를 운영리스크로 추가 인식해 최대 10년간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지속된다. 금감원의 사전 통보대로 과징금 규모가 2조원으로 확정된다고 가정하면 약 12조원의 RWA 증가 요인이 발생한다. 이는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00bp(1%포인트)가량 하락시킬 수 있다고 증권가에서는 추정한다. CET1이 하락하면 은행의 자금 여력이 떨어져 기업대출과 생산적 금융, 주주환원 확대 등 이재명 정부의 금융정책에도 부담이 된다.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총 508조원을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에 투입하기로 했는데 당장 투자금 마련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RWA가 늘면 은행 대출여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며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과징금으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은행 자본비율 부담 완화 검토
정부 금융정책에까지 영향이 우려되자 금융당국은 은행의 자본비율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권은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RWA에 반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이번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이를 RWA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권은 과징금 감경에도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오는 18일을 시작으로 향후 여러 차례 열리게 될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의견 진술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소명, 그간의 적극적인 피해 배상 노력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통보한 과징금은 제재심과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거치며 상당 폭 줄어들 수 있다. 개정된 금소법에 따르면 경미한 위법행위의 경우 50%까지 과징금 조정이 가능하고, 내부통제 및 재발 방지 노력 등에 따라 최대 75%까지 추가 조정도 가능하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감원 사전 통보 규모는 감경 기준이 반영되기 이전의 금액"이라며 "향후 제재심 등에서 과징금 감경 사유가 적용되고 나면 실제 금액은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종 과징금은 금감원 제재심과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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