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 레스토랑 하우스 샴페인으로 선택된 제이.샤펑티에 리저브 브뤼. 최현태 기자 2002년 영국의 매거진 ‘레스토랑(Restaurant)’이 시작한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은 미슐랭 가이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식 평가 지표로 꼽힙니다. 이런 월드 50 2021년 시상식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발행합니다. 오너이자 헤드셰프 르네 레드제피(Ren? Redzepi)가 운영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가 1위를 차지합니다. 노마는 2010·2011·2012·2014년에 이어 다섯 번째 1위에 오릅니다. ‘분자 요리(Molecular Gastronomy)의 창시자’로 불리는 스페인의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 셰프의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의 다섯 차례 1위 수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겁니다. 북유럽 식재료로 절제된 풍미의 메뉴를 선보이는 노마는 와인 리스트도 이런 음식과 잘 맞게 산도와 미네랄이 뛰어난 와인들로 구성합니다. 그런 노마가 선택한 하우스 샴페인은 ‘피노뮈니에 장인’으로 불리는 제이.샤펑티에(J.Charpentier) 랍니다. 노마는 왜 제이.샤펑티에를 파트너로 선택했을까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1년 시상식에서 1위로 선정된 노마 레스토랑 팀. 홈페이지 ◆명예의 전당 오른 ‘북유럽 퀴진 선구자’ 노마 ‘Noma’는 덴마크어 ‘nordisk(북유럽의)’와 ‘mad(음식)’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북유럽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2003년 레드제피 셰프가 코펜하겐 크리스티안스하운(Christianshavn) 부두의 창고에 설립한 노마는 지역·제철 식재료 중심, 발효 등 자연·계절성을 극대화한 실험적 요리 ‘뉴 노르딕 쿠진(New Nordic Cuisine)’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끕니다. 2006년 월드 50대 베스트 레스토랑 33위로 데뷔한 뒤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네 번이나 1위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레드제피는 2016년 말 느닷없이 노마의 영업을 종료합니다. 매너리즘이 자신의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노마 오너 겸 헤드셰프 르네 레드제피(Ren? Redzepi). 노마 홈페이지 이에 그는 ‘다시 실패할 용기를 내기 위해’ 노마를 영구 폐쇄하기로 결정하고, 모든 팀원과 ‘세상 유람’을 떠납니다. 도쿄, 시드니를 거쳐 멕시코 툴룸 등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운영한 레드제피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노마 2.0’을 코펜하겐에 다시 오픈합니다. 노마는 2019년 월드 50에 2위로 재진입했고 2021년 다섯 번째 1위로 선정돼 드디어 ‘명예의 전당(Best of the Best)’에 오릅니다. 월드 50은 2019년부터 규정을 바꿨는데 한 차례라도 1위에 오르면 다음해부터 심사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명예의 전당에 가입합니다. 노마는 이미 네 차례나 1위를 차지했지만 자체 농장, 완전히 구별되는 세 가지 계절 메뉴, 개편된 소유 구조, 새로운 장소 등 기존 노마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노마 2.0’라는 점이 인정돼 1위 심사 대상 자격을 얻게 됩니다.
제이.샤펑티에 가문 문장. 홈페이지
제이. 샤펑티에 테이스팅룸. 홈페이지 ◆노마가 선택한 샴페인 제이 샤펑티에 노마의 음식 철학은 확고합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긴 생장 기간을 거치며 재배되는 북유럽 식재료를 기반으로 요리하며 우아하고 가벼우며, 깨끗하고 신선하고 절제된 풍미가 특징입니다. 와인 선택 기준도 의심할 여지없이 ‘음식과의 조화’입니다. 즉, 서늘한 산지에서 생산돼 산도가 높고 신선하며, 뛰어난 미네랄리티와 우아한 구조를 갖춘 와인이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입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주로 샹파뉴, 루아르, 사부아, 쥐라, 보졸레, 부르고뉴, 론, 알자스 와인을 선택하며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북부의 와인도 사용합니다.
노마 레스토랑 하우스 샴페인 제이.샤펑티에 리저브 브뤼. 인스타그램
피노 뮈니에 품종을 중심으로 피노누아를 섞는 제이.샤펑티에 트라디씨옹 브뤼. 최현태 기자 노마가 이런 기준에 따라 선택한 샴페인은 직접 재배하는 자가 포도로만 개성이 뚜렷한 샴페인을 만드는 RM(R?coltant Manipulant) 생산자 제이.샤펑티에(J. Charpentier)의 리저브 뷔리입니다. 노마의 레드제피 헤드셰프와 소믈리에 팀이 제이.샤펑티에를 선택한 이유는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품종의 재발견’과 ‘테루아 표현력’ 때문입니다. 상파뉴 산지중 발레 드 라 마른(Vall?e de la Marne)은 피노 뮈니에 품종으로 유명하며 제이 샤펑티에는 이 피노 뮈니에를 잘 다루는 생산자로 유명합니다. 샴페인은 주로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로 만듭니다. 이중 피노 뮈니에는 과거 보조 품종으로 취급받았지만 노마는 이 품종 특유의 신선한 과실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노마의 섬세한 채소 요리 및 발효 음식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제이.샤펑티에 포도밭. 홈페이지 또 떼루아가 선사하는 미네랄리티와 포도의 순수한 과일향을 잘 살리는 점도 제이.샤펑티에를 선택한 배경입니다. 여기에 낮은 도사주(Dosage), 즉 잔당이 낮고 산미가 뛰어나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는 점도 높이 샀습니다. 특히 제이.샤펑티에가 프랑스 정부의 최고 수준 환경 가치 인증인 HVE(Haute Valeur Environnementale) 레벨3를 획득한 샴페인 하우스라는 점도 높이 평가했습니다. 노마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와인도 환경 보호와 생물 다양성을 실천하는 생산자를 최우선으로 선발합니다. 여기에 5대째 이어져 오는 소규모 가족 경영 하우스라는 점도 노마가 추구하는 ‘장인 정신’ 및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일치했습니다.
1대 레오니다스 샤펑티에(L?onidas Charpentier). 홈페이지
2대 피에르(Pierre·왼쪽), 3대 마르셀랭(Marcellin). 홈페이지 ◆‘피노 뮈니에 마법사’ 제이.샤펑티에 제이.샤펑티에 5대손 장 마크(Jean Marc)를 만났습니다. 제이.샤펑티에는 바이닝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합니다. 제이.샤펑티에는 샴페인의 조연으로 치부되던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를 주연으로 끌어올려 예술로 승화시킨 생산자로 유명합니다.
샴페인 하우스 역사는 레오니다스 샤펑티에(L?onidas Charpentier)가 포도재배를 시작한 18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대 피에르(Pierre)를 거쳐 3대 마르셀랭(Marcellin)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샴페인 ‘마르셀랭 샤펑티에(Marcellin Charpentier)’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하지만 마르셀랭이 젊은 나이에 타계하면서 아내 솔랑주(Solange)가 하우스를 이어받아 어렵게 와이너리를 꾸려갑니다.
4대 자키(Jacky·왼쪽)와 5대 장 마크(Jean Marc). 홈페이지 4대 자키(Jacky)가 다른 샴페인 하우스 ‘마르셀 클레즈(Marcel Claisse)’ 가문의 딸 클로딘 클레즈(Claudine Claisse)와 결혼하면서 1974년 두 가문 합쳐진 지금의 통합 브랜드 제이.샤펑티에가 탄생합니다. 1900년부터 앙리 클레즈(Henri Claisse)가 포도 재배를 시작한 클레즈 가문은 1950년대 ‘마르셀 클레즈’ 샴페인을 생산한 하우스입니다. 클레즈 가문은 1900년부터 포도 재배를 하고 1950년대 ‘마르셀 클레즈’ 샴페인을 생산한 하우스입니다. 두 가문이 합쳐진 뒤 와인 사업에 탄력을 받은 제이.샤펑티에는 셀러 건설·4000kg 전통 프레스 도입(1979년), 셀러 확장(1983년)에 이어 1987년 당시로서는 상파뉴에서는 매우 희귀했던 온도 조절 시스템을 도입해 품질 개선에 박차를 가합니다.
제이.샤펑티에 샴페인. 인스타그램
제이.샤펑티에 5대 오너 장 마크. 최현태 기자 현재는 2003년 합류한 자키의 아들이자 양조학자 장 마크(Jean Marc)와 2018년 합류한 여동생 마리 피에르(Marie Pierre)가 하우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좋은 포도 없이 좋은 와인이 없고, 양조 기술 없이 좋은 샴페인은 없다는 것의 제이.샤펑티에의 철학입니다. 모든 포도는 구획별, 품종별로 나눠 정밀하게 압착하고 스틸 탱크, 오크통, 대형 탱크 등에서 구획별로 개별 양조하여 각 테루아의 특징을 살립니다. 신선함과 바디감을 찾기 위해 약 70여개의 샘플을 시음해 정교하게 블렌딩하죠. 2차 병 숙성은 최소 2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진행해요. 샴페인이 복합미를 품을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리는 거죠. 또 아로마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위해 효모앙금을 제거(데고르즈망)하고 당분을 보충하는 도사주(Dosage) 과정에서 당분을 최대한 절제해 낮은 잔당을 유지한답니다. ”
제이.샤펑티에 피에르 앙리(Pierre-Henri). 최현태 기자 ◆제이·샤펑티에 샴페인들 ▶피에르 앙리(Pierre-Henri)
가문의 혼이 담긴 묵직함이 잘 표현된 제이.샤펑티에 플래그십 샴페인입니다. 뢰이(Reuil), 샤티용 수 마른(Ch?tillon sur Marne)의 50년 이상 올드바인 피노 뮈니에 100%로 만듭니다. 레몬, 노란 사과, 잘 익은 서양 배, 절인 과일, 캐러멜 애플, 크림, 구운 빵, 브리오슈의 고소함이 폭발합니다. 도사주 2.5g/L(엑스트라 브뤼). 구운 갑각류 요리, 푸아그라, 닭·오리 고기, 가리비·조개구이와 잘 어울립니다. 5~6회 사용한 오크 배럴에서만 발효한 뒤 젖산 발효(MLF)를 하지않고 효모 저어주기(Lees-stirring)만 거쳐 10개월간 배럴 숙성합니다. 이어 9년 동안 병 숙성을 거칩니다. 와인 이름은 20세기 초 포도 재배를 시작한 두 가문의 조상 피에르(Pierre)와 앙리(Henri)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제이.샤펑티에 트라디시옹 브뤼(Tradition Brut). 최현태 기자 ▶제이.샤펑티에 트라디시옹 브뤼(Tradition Brut) 피노 뮈니에 100%. 레몬, 감귤의 시트러스, 사과, 살구, 라즈베리, 브리오슈, 구운 빵이 잘 느껴집니다. 라이트하고 생기 넘치는 샴페인으로 복잡함보다는 밝고 생동감이 넘치는 샴페인입니다. 도사주 7.6 g/L(브뤼). 조개류, 굴, 흰살생선, 브리·까망베르 치즈, 생선 타르타르, 초밥, 사시미와 잘 어울립니다. 스틸 탱크에서 말로라틱 발효 거쳐 18~24개월 병숙성합니다.
제이.샤펑티에 리저브 브뤼(Reserve Brut). 최현태 기자 ▶제이.샤펑티에 리저브 브뤼(Reserve Brut) 피노 뮈니에 80%, 피노 누아 20%. 제이.샤펑티에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플래그십 샴페인입니다. 레몬·살구·청사과·파인애플의 섬세한 과일향, 꽃향, 은은한 스파이스, 향신료 노트가 활기찬 버블과 생기발랄한 산도와 잘 어우러집니다. 도사주 약 5.8g/L. 연어, 광어 등 차가운 생선 요리, 조개류·홍합찜, 가벼운 치즈 플래터와 잘 어울립니다. 스틸 탱크에서 말로라틱을 거쳐 30~36개월 숙성합니다. 전통과 균형을 잘 녹여낸 샴페인으로 레스토랑 노마의 하우스샴페인으로 선택을 받았습니다.
제이.샤펑티에 로제(Rose). 최현태 기자 ▶제이.샤펑티에 로제(Rose) 피노 뮈니에 80%, 피노 누아 20%. 상큼한 체리, 블랙커런트 등 신선한 붉은 과일, 꽃향이 어우러집니다. 50년 이상 수령 포도로 만들어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도사주 5.7 g/L(브뤼). 양고기 스테이크나 베리류를 올린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스틸 탱크에서 말로라틱을 진행하고 2개 연도 이상의 베이스 와인과 8~11%의 레드 베이스 와인을 블렌딩한 뒤 30~36개월 이상 병숙합니다.
제이.샤펑티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최현태 기자 ▶제이.샤펑티에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 샤르도네 100%. 잘 익은 사과와 복숭아, 하얀꽃, 신선한 헤이즐넛, 솔티한 미네랄 풍미가 어우러지는 복합미가 뛰어나고,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에서 잘 받쳐줍니다. 화이트 버터 소스 생선, 익힌 굴, 연어, 참치, 광어 뱃살, 대방어 등 기름진 생선, 부드러운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도사주 약 5.8 g/L(브뤼). 스틸 탱크에서 말로라틱 발효를 거친 뒤 최소 24개월 이상 병숙성합니다.
제이.샤펑티에 꽁 드 쉐니조(Comte de Chenizot). 최현태 기자 ▶꽁 드 쉐니조(Comte de Chenizot)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뮈니에를 같은 비율로 블렌딩했습니다. 포도밭은 뱅송 오르키니(Binson-Orquigny), 뢰이 (Reuil), 르 브뢰이(Le Breuil). 잘 익은 감귤, 사과, 아몬드 풍미가 돋보입니다. 도사주 3.7g/L(엑스트라 브뤼). 소고기 카르파초, 숙성된 꽁테 치즈, 채소 튀김, 게살과 아보카도 그라탱과 잘 어울립니다. 온도 조절 탱크에서 1차 발효 후 젖산 발효를 거쳐 3~4개 빈티지를 블렌딩한 뒤 8~10년 병숙성합니다. 프랑스 혁명 전 빌레 수 샤티용(Villers-sous-Ch?tillon) 마을의 영주이자 자선가였던 프랑수아 뱅상 귀요 드 쉐니조(Fran?ois Vincent Guyot de Chenizot) 백작을 기리기 위해 와인 이름을 꽁 드 쉐니조로 붙였습니다.
제이.샤펑티에 밀레짐(Mill?sime) 2018 ▶제이.샤펑티에 밀레짐(Mill?sime) 2018 샤르도네 50%, 피노누아 25, 피노뮈니에 25%. 레몬 시트러의 상큼함, 잘 익은 복숭아의 풍성한 과즙, 하얀 꽃향, 넥타린, 부드러운 바닐라가 어우러지고 생동감 넘치는 산도가 매력적입니다. 바닷가재 샐러드, 관자 구이, 마르네이드한 닭꼬지, 구운생선, 해산물 타르타르와 잘 어울립니다. 도사주 약 4.4g/L(엑스트라 브뤼). 스틸 탱크와 오크에서 발효하고 최소 3년 병숙성 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