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준공 후 미분양 4배 급증… 주택시장 침체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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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주택시장이 공급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군산과 익산에서는 할인 분양과 임대 전환 등 시장 왜곡 현상까지 나타났다. 상가도 공실률도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해 지역 부동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2025년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북의 준공 후 미분양은 150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03가구에서 9개월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전체 미분양 2540가구 중 60% 이상이 준공 이후에도 팔리지 않아 ‘악성 물량’으로 분류되면서 시장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군산과 익산의 침체가 두드러졌다. 군산의 한 신도시에서는 준공 후 300여 가구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일부 단지에서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낮춘 할인 매물이 등장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일부 현장은 약 5% 수준의 비공식 할인 분양까지 진행 중이다. 익산에서는 올해 입주한 3개 단지의 평균 분양률이 57%에 그쳤고, 미분양 누적에 따라 분양을 중단하고 임대 전환된 단지도 발생했다. 현재 익산에는 727호, 군산에는 318호의 준공 후 미분양이 집계됐다.

문제는 향후 입주 물량이다. 내년까지 군산에는 4개 단지 2500가구, 익산에는 6개 단지 2200가구가 준공·입주 예정인데 상당수가 이미 미분양 상태다. 2023년 이전 인허가를 받은 10여 개 사업장은 착공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상가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동향에 따르면 전북의 오피스 공실률은 17.1%로 전국 평균(8.9%)의 두 배에 달한다. 중대형 상가(17.8%), 집합 상가(17.6%) 등 대부분의 상가 유형에서도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공실률이 기록됐다. 전주 한옥마을(30.8%), 익산역 일대(28%) 등 주요 상권에서도 공실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9월 전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조90억원으로 지난해 말 3조6000억원보다 4090억원 증가했다. 아파트 거래량이 코로나19 이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 가운데 대출만 증가해 실물시장과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전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침체 속 주택·상가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신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분양·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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