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는 나를 이기는 것”…홍차옥 전 국대, 소년원서 ‘희망 탁구교실’

글자 크기
“승리는 나를 이기는 것”…홍차옥 전 국대, 소년원서 ‘희망 탁구교실’
대한민국 탁구의 ‘살아있는 전설’ 홍차옥 전 국가대표 선수가 소년원생들을 위해 20여년 만에 다시 라켓을 들었다.

법무부 전주소년원(송천중·고등학교)은 20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보호소년 26명이 참여한 가운데 ‘희망 탁구교실’ 을 열고, 홍 전 국가대표 선수를 초청했다. 홍 전 선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1991년 남북 단일팀 세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 주역이다.

홍차옥 전 탁구 국가대표 선수가 전북 전주를 찾아 소년원생들을 위해 탁구교실을 열고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있다. 송천중고교 제공 홍씨는 이날 원생들에게 “승리는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이겨내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라”고 강조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과 어제의 나를 이겨 내는 싸움은 그가 보호소년들에게 가장 강조한 메시지였다. 그는 금메달을 향한 간절함으로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진 혹독한 훈련 과정과 매주 토요일 불암산을 달렸던 선수촌 시절 경험 등을 전하며 “인생의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을 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끈기와 근성의 아이콘이자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불린 그는 1991년 남북 단일팀의 45일 기적을 언급하며 “말투와 생활 방식이 달랐던 남북 선수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하나의 팀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탁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도전과 협동, 아무도 못 봤더라도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는 정직한 자세, 승패와 상관없이 상대방을 존중하고 손뼉 치는 스포츠 정신을 배우는 운동”이라며 “지금 흘리는 땀이 과거를 씻고 새 길을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홍 전 선수는 탁구 시범 경기와 기본기 지도, 개인별 코칭까지 직접 진행하며 참가자들의 자세를 일일이 교정해 줬다. 또 “좋아, 다시 해보자”는 따뜻한 격려와 함께 탁구 라켓·공·네트 등 80만원 상당의 용품을 기부하며 소년들이 꾸준히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청소년 인성교육과 재활 지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스포츠를 통한 치유와 변화의 힘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참여 소년들은 처음 접하는 탁구에 낯설고 어색해했지만, 라켓을 쥐고 공을 주고받으며 협동심과 자신감을 익혔다. 그사이 경직된 표정은 점차 웃음으로 바뀌었고, 자신감 있게 라켓을 휘두르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들은 “처음엔 라켓도 제대로 못 잡았는데 칭찬받으니 기분이 뜨거워졌어요”, “과거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행석 전주소년원장은 “이번 탁구교실은 과거의 좌절에 갇혀 있던 소년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불굴의 도전과 협동의 정신을 심어주며, 긍정적인 변화의 불씨를 지핀 홍차옥 선수의 진심 어린 조언이 재비행 방지와 사회 복귀의 의지를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