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뜬금’ 행정에 ‘셀프’ 재정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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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뜬금’ 행정에 ‘셀프’ 재정난 논란
하수시설 증설 8년 만에 취소 기본설계 등 용역비 26억 날려 전기차 보급 270억 확보 불구 시비 없어 국·도비 117억 반납 11월 꽃 심기 공문도 도마 위에 “예산 폭탄 공약 대신 재정 폭탄”
전북 전주시의 행정이 곳곳에서 삐걱대고 있다. 수십억원을 들인 하수처리시설 증설 사업을 뒤늦게 취소하고 시비 부족으로 국·도비 지원금 수백억 원을 반납하는가 하면, 겨울을 앞두고 공무원들에게 “꽃을 심으라”는 지시까지 내려 시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방향 감각을 잃은 ‘주먹구구’식 행정이 시 재정난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전주시에 따르면 시는 2017년부터 에코시티 등 도시개발 확대로 오폐수 발생이 늘 것으로 예상해 총사업비 790억원을 들여 하수처리시설의 하루 처리용량을 43만9000㎥까지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기본·실시설계 용역비로만 26억원이 쓰였다. 하지만 시는 최근 이 사업을 전격 취소하는 방향으로 가닥잡았다. 지난해 실시한 하수도정비기본계획 재검토 결과 예상과 달리 인구 유입이 크지 않아 기존 시설로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다. 사실상 20억원이 넘는 예산이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재정 운용 부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주시는 올해 전기차 보급 사업을 위해 정부와 전북도로부터 각각 199억원, 71억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시비를 확보하지 못해 이 중 117억원을 반납해야 했다. 당초 2500대 지원을 목표로 했던 전기차 보조금 사업은 629대 지원에 그쳤다. 예산 집행 실패로 신청 접수는 10분 만에 마감됐고,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올해만 해도 전주시가 확보하고도 사용하지 못한 국·도비 사업은 20여건, 794억원 규모다. 이 중 절반 가까운 386억원이 반납 대상이다. 시는 “내년 예산에 재반영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만성 재정난 속에서 ‘이월 예산’이 제대로 집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최근 공무원들에게 계절을 거스르는 ‘11월 꽃 심기’를 지시해 논란을 자초했다. 전주시는 각 동 주민센터에 공문을 보내 시장 특별 지시 사항이라며 꽃밭 조성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10~11월에 개화하는 꽃을 심을 것이라는 지침이 포함됐지만 예산 지원은 없었다.

이에 현장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탁상행정”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서리 내리는 시기에 꽃을 심으라는 발상은 행정의 기본조차 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주시는 “시민 민원에 따라 경관 개선 차원에서 추진했고, 이후 자율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하천 정비, 나무 벌목, 꽃 심기 등 모든 정책이 생태나 시기보다 ‘보여주기’에 치중돼 있다”는 시민사회 반발이 거세다.

한 시민은 “예산은 계획 없이 쓰이고, 행정은 계절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특히 기획재정부 출신 우범기 시장이 내세웠던 ‘예산 폭탄’ 공약이 현실에선 ‘재정 폭탄”으로 돌아왔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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