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정의 정신 잇는다’ 한승헌 도서관, 전북대에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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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정의 정신 잇는다’ 한승헌 도서관, 전북대에 개관
대한민국 법조계와 민주화 운동의 거목 고 한승헌 변호사의 뜻을 기리고, 그가 남긴 민주주의·정의·인권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한승헌 도서관’이 11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열린 개관식에는 고인의 유가족과 양오봉 전북대 총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산민한승헌선생기념회, 산민포럼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한 변호사의 삶과 정신을 기렸다.

11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한승헌 도서관 개관식에서 고인의 유가족과 대학 관계자, 산민한승헌선생기념회, 산민포럼 관계자 등이 박수로 축하하고 있다. 전북대 제공 ‘한승헌 도서관’은 시대정신을 배우고 토론하며 지역과 대학이 함께 성장하는 열린 인문 공간으로 조성됐다. 고 한승헌 변호사의 유가족이 전북대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1억원에 국립대학육성사업 예산 등을 더해 총 6억2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378㎡ 규모의 복합 공간으로 꾸몄다. 100~150명이 동시에 학습과 토론,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개관 기념 강연에서는 김선수 전 대법관이 ‘한승헌 변호사와 함께한 사법개혁’을, 유시춘 EBS 이사장이 ‘한승헌 변호사와 함께한 인권운동’을 논했다. 두 연사는 사법제도 개혁과 국제앰네스티(인권단체) 활동을 통해 보여준 한 변호사의 원칙과 실천, 인권 변호의 길을 회고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기념사에서 “한승헌 도서관은 민주주의와 정의, 인권의 정신을 품은 공간으로, 고인의 뜻을 후대에 전하는 산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며 “전북대 구성원 모두가 이곳에서 그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한승헌 도서관이 미래 세대에게 정의로운 지성과 따뜻한 양심을 키우는 공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고인의 정신이 젊은 세대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고 한승헌 변호사(1933~2022)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이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인권변호사로서 통혁당 사건,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등 수많은 시국사건을 맡아 약자와 정의를 위해 변론에 헌신했다.

특히 통일혁명당 사건(1968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1967)과 민청학련 사건(1974), 인혁당 사건(〃),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사건(1980) 등 현대사에 기록된 수많은 시국사건을 앞장서 변론하며 약자와 정의를 위해 헌신했다. 이로 인해 두 차례의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나,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쳤고 웃음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에는 법조계 원로로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전신인 ‘정의실현 법조인회’를 결성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앞장섰다. 또 감사원장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작고한 2022년에는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산민포럼’이 발족됐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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