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 챙겨야 하는데 환율까지 급등…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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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금융 챙겨야 하는데 환율까지 급등…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은행의 재무건전성 관리도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을 위해 재무부담을 안고 기업대출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급등하자 주요 금융지주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두달새 70원 이상 급등, 은행 건전성 압박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중순 138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이어가 전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65.7원까지 두 달 새 70원 이상 급등했다. 전일 장중에는 147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4월9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환율 상승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와 내국인의 미국 주식투자 증가세, 달러 강세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일 외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주가 변동성, 미국 정부의 셧다운, 달러 강세, 일본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환율 급등은 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CET1을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 RWA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CET1이 하락하는 구조다. 환율이 100원이 오른다면 CET1 비율이 산술적으로 최대 0.3%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에 계엄으로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에도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이 급락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는 작년 3분기 CET1이 13.85%에서 13.51%로 0.34%포인트 하락했고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13.13%에서 13.03%로 0.1%포인트 떨어졌다. 금융당국과 금융지주는 CET1 13%를 주주환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비율이 낮아지면서 당시 밸류업(기업가치향상) 정책 후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은 KB 13.83%, 신한금융 13.56%, 하나금융 13.30%, 우리금융 12.92%, NH농협금융 12.34% 등이며, 4분기에는 이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업대출 확대한 것도 건전성 부담 요인

은행이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 역시 재무건전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75조8371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7495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1조876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4개월 만에 증가 폭이 6.5배나 커졌다.


은행들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기업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아 건전성에 부담이 된다. 생산적 금융을 위해 국민성장펀드 등에 자본금을 출자하는 것 역시 재무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생산적 금융 핵심성장산업 대출의 경우 기업여신을 연간 약 6~7%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비율 약화가 불가피하지만 하락 폭은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국민성장펀드와 민간펀드 결성 등 자체 투자자금 조성에 따른 CET1 하락 압력은 연간 약 20bp(0.2%포인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재무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는 은행이 생산적 금융 확대와 환율 급등 등 외부변수에 노출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본격적인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기조에서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안정성 유지 간 균형이 우선 과제로 부상했다"며 "은행의 기업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생산적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안정성도 확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은행 자본적성정의 경우 RWA 하한 규제가 올해 60%에서 2026년 초부터 65%로 상향 적용될 것으로 예고돼 자기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심화할 것"이라며 "국내은행 건전성은 향후 더딘 경기회복과 일부 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이 겹친다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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