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사과·배 등 과일값이 다시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상기후로 작황이 줄어든 데다 명절 수요가 겹치면서 소비자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정보망 ‘카미스’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국내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사과(상품·10㎏) 가격은 6만943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평년 대비 51% 올랐다. 9일에는 9만3000원을 기록하는 등 올해 가을 들어 8만8000∼9만원30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배(상품·15㎏) 역시 5만1006원으로 전년보다 44% 비싸졌다.
특히 전북 장수 사과의 경우 이달 초 10㎏ 기준 도매가격이 최대 21만원까지 형성될 정도로 대거 치솟다가 7만∼8만원대로 점차 내려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도매가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소매가에 반영돼 명절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일뿐만 아니라 제수용 농산물 전반이 줄줄이 오름세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본부 조사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도내 쌀(10㎏) 평균 가격은 3만5671원으로 한 달 전보다 5.8% 올랐고, 찹쌀(4㎏)은 1만8015원으로 전년 대비 50% 가까이 뛰었다. 배추는 1포기에 6689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시금치(400g)는 1만5601원으로 네 배 이상 상승했다.
축산물도 예외가 아니다. 쇠고기 등심(600g)은 평균 7만8544원으로 전월 대비 11.3%, 삼겹살(600g)은 2만214원으로 전년보다 26.9% 각각 올랐다.
이 같은 물가 강세는 올여름 폭우·장마·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에 추석 수요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쌀·쇠고기·사과 등 핵심 품목 가격이 높게 유지돼 가계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며 “추석 밥상 차리기가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호남 경계 지역에서는 추석 대표적 제수용 과일인 사과의 원산지가 전북에서 경북으로 둔갑돼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전북 지역 대표적 사과 집산지인 장수·무주·남원에서는 본격적으로 수확 중인 사과의 상당수 물량이 인접한 경북 안동 도매시장을 통해 ‘안동 사과’나 ‘경북산’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 봄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인해 사과 재배지까지 대거 피해가 발생한 데다 전국적으로 사과 생산량이 크게 줄고, 이 지역 사과 브랜드 인지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는 게 도매시장 상인들의 설명이다. 반면, 전북 동부권 지역의 경우 올해 산불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거의 없어 사과 작황이 예년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전북 주산지 사과 물량이 경북 도매시장을 거쳐 팔리면서 지역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수 지역 농협 관계자는 “수십 년 공들여 키운 전북 사과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