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은행의 여유자금이 많이 감소해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은행권이 여유자금을 늘리기 위해 하반기에 예금 금리를 올리는 등 수신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14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여유자금(총수신-여신)은 -1조69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3600억원에 비해 마이너스 전환했다. 은행권 여유자금은 요구불예금과 저축성예금 등 총수신에서 대출(여신)을 뺀 금액이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동안 국내은행의 상반기 여유자금은 평균적으로 7조39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은행의 여유자금 부족 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의 경우 전통적으로 은행 여유자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데다 지난달부터 예금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4분기 은행권 수신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 금리가 내려간 데 비해 가계대출 증가와 규제 등으로 대출 금리는 크게 내려가지 못한 영향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여유자금은 예년과 달리 올해 상반기 감소했고, 3분기에도 계절적 요인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여 현재 은행권의 여유자금이 풍부한 상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의 여유자금 감소가 투자 여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여유자금이 늘면 주로 채권과 같은 유가증권에 투자하는데, 반대로 여유자금이 줄면 채권 투자 여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 생산적 금융을 위한 투자금 마련에 나섰는데 상당 부분이 채권 발행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다. 채권을 발행하면 은행권이 이를 많이 사줘야 하는데 여유자금이 부족해진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매입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권이 적절한 수신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금융 대전환 정책 기조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각종 채권발행 수요를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채권발행 수요를 은행권이 적절히 흡수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수익성을 적절히 확보하는 수준에서 예금 금리 인상이나 특판 예금 및 구조화 예금 판매 등을 통해 확보한 수신으로 채권 발행 수요를 흡수하는 시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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