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대 대형은행(메가뱅크)들이 자국의 경기 침체를 피하고자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 은행들도 보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3대 은행, 해외 수익 비중 70% 넘어
31일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은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로 기업 자금 수요가 감소하면서 은행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했다. 일본은행(BOJ)의 장기 저금리 정책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은행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일본의 대형은행들은 수익성을 만회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유럽·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의 총자산 중 해외 비중은 2004년 24%에서 지난해 35.5%로 상승했다. 또 다른 대형은행인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의 해외 대출은 2008년 3월 말 15.5%에서 올해 3월 말 42.3%까지 늘었고, 미즈호은행 역시 같은 기간 15.5%에서 38.3%로 확대됐다.
전체 수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해외 부문 수익 비중은 MUFG 73.5%, SMFG 70.6%, 미즈호 73.7%에 달했다.

일본 메가뱅크들의 해외 투자는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부문에서도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 시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이후에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을 확대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은행도 '수익성' 중심으로 해외 진출 나서야
하나금융연구소는 한국의 중장기 경제 기반이 약화하고 있는 만큼 금융회사들이 해외 진출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9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접어들었으며 노동 투입의 성장 기여도와 잠재성장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경제 구조상 은행의 국내 사업 수익성이 갈수록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 은행의 경우 일본 메가뱅크에 비해 자금 조달 경쟁력이 떨어져 대출 확대를 통한 해외 자산 확충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수 있었다. 예컨대 일본 은행들은 국내에서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로 공급해 금리 차익을 얻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 은행들은 이러한 차익거래가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 자산 성장보다는 국가·지역별 맞춤형 전략과 수익성 중심의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은행 사업뿐 아니라 주식시장, 지급결제시장 등 다양한 금융 부문 진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활발한 국가에는 자본시장 진출을, 비은행금융회사의 성장률이 높은 인도에는 관련 산업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은 저금리 조달이 가능한 일본 은행과 달리 자금 조달 경쟁력이 취약하므로 해외 자산 비중을 메가뱅크 수준까지 단기간에 높이기는 쉽지 않다"며 "지역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사업에 수익성을 중심으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 2026년 사주·운세·토정비결·궁합 확인!
▶ 십자말풀이 풀고, 시사경제 마스터 도전! ▶ 속보·시세 한눈에, 실시간 투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