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500만원 빌려야 하는 사람들, 15.9%가 아니라 좀 싸게 빌려줄 수 없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던진 말이다. 신용이 낮은 사람의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신용자의 금리를 높일 수 있겠냐는 맥락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맞춰 저신용자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신용자 금융 지원은 금융위의 주요 정책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불법사금융 예방대출' 등은 정부가 금리를 보조하는 대표적인 정책금융이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고금리가 불가피한 저신용자에게 대출 금리를 연 15.9% 수준으로 낮춰준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 금리도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의 금리를 더 내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예산을 늘리면 된다. 정부가 이자를 대신 부담하면 금리는 낮아진다. 새 정부는 2027년까지 '서민금융안정기금'을 설립해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원은 정부 예산과 금융회사 출연금으로 마련된다. 취지는 명확하다. 정부 지원으로 금리를 낮추고 상환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신용자의 상환률을 높이는 해법이 단순히 '예산 확대'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회사들의 신용평가를 좀 더 정교하게 만드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신용평가는 완벽하지 않아 7~15% 정도의 금리대에서는 돈을 빌릴 수 없는 '금리 단층'이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처럼 소득, 카드 사용, 대출 이력 등 단편적 정보에 의해 기계적으로 금리를 산정할 경우 저소득 취약계층은 예상 부도율이 높게 산정돼 대출을 못 받거나, 받더라도 고금리를 적용받아 연체율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실제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16.4%였던 저신용자 연체율은 올해 2분기 23.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신용자의 연체율은 0%대에 머물렀다.
결국 관건은 '맞춤형 신용평가'다. 개인의 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민간 금융이 중·저신용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적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단기적 이자 보조보다 장기적으로 서민금융과 관련해 이자 산정 구조를 잘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정책서민금융 규모는 이미 연간 10조원에 달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막대한 재원이 단순한 이자 보전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지원 확대'보다 '지속 가능한 금융시장 설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저신용자도, 금융회사도, 국가 재정도 함께 버틸 수 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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